달콤한 여름의 잔상
선셋 롤러코스터

피서지 느낌 물씬 풍기는
대만의 트로피컬 록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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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연쇄와 지글지글 끓는 아스팔트. 보닛 위에 계란을 익힐 수 있을 것만 같은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지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여름 타도’를 외치고 있죠. 무더위에 도피처로 잘 알려진 것은 바로 음악입니다. 여름을 위해 탄생한 장르인 트로피컬 록(Tropical Rock)은 여름마다 후크송처럼 들려오니까요. 트로피컬 록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대만의 인디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는 여름의 분위기가 연상되면서도 청량함을 간직한 음악을 전개합니다. 지겨운 여름도 선셋 롤러코스터와 함께라면 그리운 계절이 될지도 몰라요.


선셋 롤러코스터가 말하는 낭만

1) 대만이라는 정체성

선셋 롤러코스터
이미지 출처: wegow

필자는 대만 여행 당시 선셋 롤러코스터의 곡을 처음 접하게 됐는데요. 대만의 따뜻한 햇볕과 기분 좋은 노곤함까지 곡에 담겨 있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는 선셋 롤러코스터가 의도한 지점으로, 아열대 기후 섬나라인 대만 특유의 느긋하면서도 도시적인 느낌을 음악에 담아내고자 했다고 합니다. 선셋 롤러코스터는 쳉 쿠오 훙(보컬/기타), 첸훙리(베이스), 르춘룽(드럼), 왕샤오슈안(키보드), 황하오팅(색소폰)으로 구성된 대만의 5인조 록밴드입니다. 예사롭지 않은 밴드의 이름은 Mac에 내장된 사진 앱, 포토 부스의 사진 필터에서 따왔다고 하는데요. 우연히 출토된 이름이지만, 일몰처럼 나른하면서도 때론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 같은 선율을 지닌 밴드의 아이덴티티를 닮았죠.

2) 장르의 한계를 벗어나다

이미지 출처: milkxtaiwan

사실 선셋 롤러코스터가 처음부터 트로피컬 록을 추구한 것은 아닙니다. 2009년 밴드를 결성한 초반에는 헤비메탈 하드록을 선보이며 일렉트로닉 그룹으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2011년 데뷔 앨범 [Bossa Nova]에서는 70년대 유행했던 개러지 록(Garage Rock)을 전개했으며, 4년간의 휴식기를 거친 뒤 발매한 EP [JINJI KIKKO] 앨범부터 트로피컬 록의 무드가 두드러지기 시작하죠. 신디사이저 소리는 어딘가 시티팝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들은 시티팝을 모방한 게 아닌 소울과 사이키델릭을 믹싱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헤비메탈에서 개러지 록을 지나 신디사이저를 가미한 트로피컬 록으로의 전환까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가지 시도를 이어나가는 행보가 인상적입니다.


에디터의 추천곡 BEST3

1) I Know You Know I Love You

첫 번째 앨범 [Bossa Nova]에서 개러지 록 트랙 사이에 숨겨진 ‘I Know You Know I Love You’은 선셋 롤러코스터를 모르더라도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명곡입니다. 개인적으로 밴드의 전곡중 보컬의 매력이 가장 두드러지는 곡이라 생각하는데요. 사랑하는 사람과 해질녘 해변을 거닐며 들어 보길 추천합니다.

2) My Jinji

선셋 롤러코스터의 곡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은 앞서 소개한 앨범 [JINJI KIKKO]의 수록곡 ‘My Jinji’입니다. 로맨틱한 전개가 돋보이는 ‘My Jinji’는 발매된 지 몇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스포티파이에서 3,200만 회 이상 스트리밍된다고 합니다. 선셋 롤러코스터가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도약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죠.

3) Under the Skin

작년에 발표된 3집 앨범 [SOFT STORM]은 팬데믹으로 무너져버린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악으로 위로를 선사하기 위해 지어졌습니다. 해당 앨범은 NME에서 2020년 아시아 최고의 앨범 4위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죠. 앨범의 세 번째 트랙 ‘Under the Skin’은 말랑말랑한 사운드가 매력적인 곡으로, 역시 선셋 롤러코스터만의 분위기를 담뿍 담고 있습니다.


음악으로 소통하다

선셋 롤러코스터 즉석카메라 사진
이미지 출처: 선셋 롤러코스터 공식 페이스북

선셋 롤러코스터는 한 인터뷰에서 “음악은 문화적 배경이나 자란 환경이 달라도 서로의 영혼을 매개할 수 있는 기본적인 형태의 언어”라고 이야기하며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SOFT STORM]의 마지막 수록곡 ‘Candlelight’은 국내 아티스트 오혁이 피처링을 맡았죠. 공식 뮤직비디오에는 한국의 장례 문화를 포착해 처연한 아우라와 서정적인 면모를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오혁이 선셋 롤러코스터의 앨범에 참여한 것에 이어, 선셋 롤러코스터는 혁오의 ‘Help’를 리메이크한 곡을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중국 아티스트의 샤오웨이(小薇)라는 곡을 리메이크해 많은 호응을 끌어낸 바 있습니다. 두 곡 모두 ‘선셋 롤러코스터’라는 새로운 장르 안에서 재탄생시키는 데에 성공했지요. 아직 새 앨범에 대한 소식은 없지만, 곧 출시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의 사운드 트랙을 작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WEBSITE : 선셋 롤러코스터

INSTAGRAM : @sunsetrollercoaster


여름이 짙어지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선셋 롤러코스터의 곡. 이들의 음악에는 열대 섬의 풍광을 떠올리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예진

현예진

비틀리고 왜곡된 것들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글로써 온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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