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이모지의 비밀

만국 공통 상형문자
지금의 이모지가 있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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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모지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나요? 이제는 문장 안에 이모지가 없으면 팥 없는 찐빵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요. 최근 한국인의 이모지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등장했습니다. 지난 7월 17일 ‘세계 이모지의 날’을 맞아 어도비에서 발표한 이모지 사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7개국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인 응답자의 93%는 이모지를 사용할 때 대화 상대에게 공감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디지털 소통 시대의 이모지는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을 수 있는 심볼이 된 것이죠. 지금의 이모지가 있기까지의 과정은 어땠을까요?


이모지는 일본의 상형문자였다?

이미지 출처: emojipedia

이모지는 어느 순간 일상에 스며들었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디지털 소통 수단이었습니다. 최초의 이모지는 1997년 일본의 소프트뱅크에서 출시한 휴대전화 ‘SkyWalker DP-211SW’에서 시작됩니다. 문자 메시지 기능을 구체화 시키던 중 약 90개의 픽셀 이모지 세트를 개발해낸 것이죠. 이후 1999년 일본의 아티스트 ‘시게타가 쿠리타(Shigetaka Kurita)’가 일본의 통신사인 ‘도코모(DOCOMO)’의 모바일 플랫폼 ‘i-mode’에서 정보를 단순하고 간결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각 언어를 디자인합니다. 쿠리타는 ‘인간의 모든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모지를 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176개의 이모지는 뉴욕 현대 미술관 MoMA의 현대 미술 컬렉션에 영구 소장품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시게타가 쿠리타가 제작한 오리지널 이모지
이미지 출처: Getty Images

쿠리타의 이모지를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2000년대 중반 들어 휴대전화 보급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일본 사용자들은 구글 지메일(Gmail)팀에 이모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요청합니다. 이후 요청을 받아들인 구글은 일본어 이모티콘을 개인용 유니코드로 변환해 ‘Google Asia’ 전용 컬러 픽셀 이모지를 출시하게 됩니다. 애플 역시 일본 시장에 선보인 IOS 2.2에서 이모지를 출시했으나 오직 일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형식이었다고 하죠. 일본에서 이모지 파급력을 확인한 구글과 일본은 이모지가 유니코드에 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625개의 새로운 이모지 문자를 유니코드 표준에 추가하는 공식 제안을 제출합니다.

애플의 이모지
이미지 출처: creativemarket

유니코드 표준에 소속되지 못한 문자는 일부 기기에서 호환이 안 되는데, 이 경우에는 이모지를 입력했을 때 블랙박스로 표시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다행히도 2010년 유니코드에서 제안을 승낙하며, 비로소 이모지는 만국 공통 언어로 등극했죠. 우리가 이모지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으로, 애플이 키보드에 이모지를 추가한 운영체제 ios 5를 출시한 시점입니다. 이모지는 초창기에는 일본 사용자들 사이에서만 사용되던 상형문자였지만 구글과 애플이 서비스에 적용하면서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문자, 이메일에 스며들었고 다음 몇 년 동안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 emojipedia

이모지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구사하자 전 세계 이모지를 승인하는 규율단체 유니코드 컨소시엄은 매년 새로운 이모지를 승인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돌출하는데요. 바로 이모지 어휘의 편협성입니다. 아무래도 일본에서 출발한 문자다 보니, 초기에는 일본의 문화가 중점적으로 녹아 있었습니다. 스시를 설명하는 아이콘이 6개인 반면 타코, 부리또 같은 음식은 없었죠. 또한 특정 성별에 대한 선입견이 드러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의사나 경찰과 같은 전문가 이모지가 대부분 남자로 표현돼 있었고, 아이를 돌보는 사람 이모지도 여자로만 그려져 있었죠. 또한 세계인의 피부색을 명확하게 나타내지 못했으며, 노란색 피부만 제공하는 등 이모지가 상용화된 초반에는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상형문자이기에 최대한 많은 문화를 포용해야 하고, 곳곳에 녹아있는 성차별적인 요소 및 선입견을 지워야 했는데요. 유니코드 컨소시엄은 2015년부터 사람 이모지의 피부색을 변경하는 옵션을 도입했으며 기존 전문가를 대부분 남자로 그렸던 반면 안전모와 청진기를 쓴 여성을 추가, 터번과 히잡을 쓴 사람들 등 문화의 유형을 다양화하기 위해 연달아 디자인을 승인하면서 점진적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세상의 모든 언어를 담기 위해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지요.

원숭이 이모지
이미지 출처: emojipedia

하지만 그림 형태의 이모지 특성상 모든 문장에서 같은 의미를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이모지가 쉽게 오용되기도 하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로는 인종차별 심볼이라는 오명을 지닌 원숭이 이모지입니다. 맥락이 맞는 경우 원숭이 이모지 사용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누군가에겐 조롱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니까요. 실제로 원숭이 이모지를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지만 공식 입장에 따르면 원숭이 이모지는 인종차별적인 의미가 아니며, 유명한 일본의 속담인 ‘세 마리의 현명한 원숭이(Three wise monkeys)’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이모지라고 합니다. 또한 손 모양 이모지는 사용하는 국가에 따라 해석이 다른 관계로 문화권에 어울리는 이모지를 사용하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모지가 다양성을 그리는 법

성중립 옵션 추가 이모지
이미지 출처: emojipedia

애플 자판에 이모지가 처음 등장했던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다른 툴을 이용해 번거롭게 사용해야 했던 이모지가 자판으로 들어온 것이 반가웠지만, 어떤 이들은 이모지를 통해 말하고 싶은 언어의 부재를 느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 유니코드 컨소시엄은 매년 새로운 이모지를 승인하는데요. 애플은 2019년 시스템에 있는 모든 인간 이모지에 ‘성중립’ 옵션을 추가해 기본의 이분법적인 공식을 탈피, 포괄적인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형상도 아니고, 옷의 색깔을 부여하지도 않아 모든 젠더를 포용하도록 구현했죠. 전통적인 성별 특성을 드러내는 이모지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게끔 변화해 온 것입니다.

다양한 가족 구성원
이미지 출처: emojipedia

그러나 유니코드 컨소시엄은 이모지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여성 이모지가 모든 여성을 담을 수 없고, 남성 이모지가 모든 남성을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이모지는 모든 성별을 나타내는 불완전한 도구입니다. 성별은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으로 규정지을 수 없으니까요. 유니코드 컨소시엄의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이 이모티콘을 통해 표현되는 느낌을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기존에 여성으로만 그려지던 임신한 모습의 남성을 추가했는데요. 이는 트랜스 남성처럼, 성별과 관계없이 임신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이모지는 피부색과 성별이 다르거나 같은 커플의 모습, 휠체어를 탄 사람, 보청기를 낀 귀, 지팡이를 든 사람 등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발전합니다.


여기까지 이모지의 디자인 변천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역사상 이토록 많은 이들에게 사용된 상형문자가 또 있을까요? 해를 거듭할수록 이모지의 디자인은 다채로워지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이모지가 탄생해야 할 것입니다. 미처 표현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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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진

비틀리고 왜곡된 것들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글로써 온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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