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센(Mise-en-Scène)은 무대 예술인 영화와 연극, 오페라, 뮤지컬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서 연출상 디자인 측면을 말합니다.
유난히 그 영화만의 미장센이 좋아서 그저 틀어놓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텐데요. 이런 이유로 뽑아 놓은 여러 영화 중, 이번 데일리 큐레이션에서는 풍경과 캐릭터의 스타일링으로 눈이 즐거운 70년대 배경의 영화들을 꼽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에디터 개인의 취향이라는 점, 참고하셔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매니쉬 스타일을 살펴보고 싶다면,
애니 홀
한 남자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말했어, “저희 형이 미쳤어요. 자기가 닭이라고 생각해요.” 의사가 말하길 “형을 데려오지 그래?” 그러자 그는 얘기했지. “그러면 계란을 못 낳잖아요.” 남녀관계도 그런 것 같아. 비이성적이고 광적이고 부조리해. 하지만 어쨌든 계속해서 사랑을 할 거야. 우리에겐 계란이 필요하니까.
_작중 앨비 싱어(우디 앨런 분)의 대사
애니 홀은 1977년 개봉한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입니다.
영화는 뉴욕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희극 작가인 앨비 싱어(우디 알렌 분)가 패션 감각이 뛰어난 미모의 애니(다이앤 키턴 분)를 보고는 한눈에 반해 사랑을 시작하게 되고, 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권태를 느끼고 헤어지는 과정을 담습니다. 누군가와 관계를 지속시키거나 사랑에 실패해본 경험이 있다면 공감 갈 대사들이 많은 영화입니다.
패션 감각이 뛰어난 주인공 애니의 스타일링을 보는 재미도 좋은 영화이기에 소개합니다. 영화 의상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거나,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등 여러 역할을 하는데요.
영화 속 다이앤 키턴이 연출한 매니시 룩은 종속된 삶을 거부하고 자아를 찾으려는 여성들의 여권주의를 표방했다고 합니다. 주인공 ‘애니’의 성격이 반영된 요소인듯합니다.
공감 가는 사랑 이야기와 70년대 매니시룩의 원조를 만나보고 싶으시다면 애니 홀을 추천합니다.
*애니 홀은 현재 왓챠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1970년대 클래식 패션과 지중해의 풍경을 보고 싶다면,
바이 더 씨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는 어부가 매일 아침 배를 타고 떠났다가 밤이 돼야 들어오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틀렸어. 그는 그냥 밀물과 썰물에 몸을 맡겼던 거야. 삶은 때때로 그래야 해. 흘러가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는 거야.
_작중 바네사 (안젤리나 졸리 분)의 대사
바이 더 씨는 2016년 개봉한 안젤리나 졸리 감독의 영화입니다. 이혼 전 브란젤리나 부부가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안젤리나 졸리가 감독, 제작, 각본을 맡았다고 하는데요. 1970년을 배경으로 지중해 근처의 여행지에서 결혼 14년 차 부부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위기에 놓인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주인공들이 느끼는 공허한 감정과 대조시키기 위함이었을까요. 바이 더 씨에서는 1970년도의 클래식한 커플룩과 아름다운 풍경이 돋보였습니다. 주인공 부부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서부터 호텔의 소품, 스타일링, 영화의 색감과 풍경이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권태로움과 무기력함, 사랑과 소통에 관해 생각해보면서 70년대의 클래식한 패션과 분위기를 함께 느껴보시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하는 영화 바이 더 씨였습니다.
*바이 더 씨는 현재 티빙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70년대 초반 영국의 글램 록의 세계로,
벨벳 골드마인
오스카 와일드가 그랬어. 사람의 삶은 이미지라고
_작중 커트 와일드(이완 맥그리거 분)의 대사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1998년 개봉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벨벳 골드마인입니다.
이 영화는 글램 록의 최고 스타인 브라이언 슬레이드(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분)이 암살되는 자작극 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10년 후 어린 시절 브라이언의 팬이었던 아서 스튜어드(크리스찬 베일 분)가 이 사건의 특집 기사를 맡아 브라이언의 주변인 인터뷰를 진행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습니다.
1970년대 초에 영국에서 유행하던 음악 장르인 글램 록과 당시 영국 젊은이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스타일과 유행했던 것들을 살펴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사실 벨벳 골드마인은 글램 록의 대표 아티스트인 데이빗 보위와 펑크 가수인 이기 팝의 이야기를 각색해 다룬 영화입니다. 제목조차도 데이빗 보위의 노래 제목 중 하나를 가져와 사용하고 있고요. 비록 데이빗 보위가 이를 부정하고 있어 그의 노래는 영화에서 단 한 곡도 나오지 않습니다만, 다른 글램 록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어볼 수는 있습니다. 음악과 더불어 당시 영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과 글램 록 아티스트들의 진한 화장과 무대 의상 또한 느껴볼 수 있는 영화이니, 70년대 초반 영국의 모습과 글램 록이 궁금하시다면 추천합니다.
*벨벳 골드마인은 현재 왓챠, 넷플릭스, 티빙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