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못생김
어글리 스웨터에 관하여

어글리 스웨터에 얽힌
4가지 흥미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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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 공통 전 지구를 살아가는 모두가 설렐 수 있는 하루,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앞서 성엽 에디터가 “크리스마스에 낭만을 더해줄 디저트”를 전해주었다면, 저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탄생한 패션인 ‘어글리 스웨터’에 대해 건네고자 합니다. 겨울나기에 더없이 적합한 스웨터는 꽤 괜찮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자, 지금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죠. 어글리 스웨터가 탄생한 이유와 브랜드만의 이색적인 어글리 스웨터 그리고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어글리 스웨터 마켓까지. 이유 있게 못생긴 스웨터에 얽힌 3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따듯한 촌스러움의 향수,
어글리 스웨터

어글리 스웨터 입은 3명 여자
이미지 출처: heraldmailmedia.com
어글리 스웨터 입은 가족
이미지 출처: dw.com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뉴욕과 워싱턴을 포함한 북미권에선 우스꽝스러운 스웨터를 입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크리스마스트리, 다람쥐, 순록 등 귀엽지만 어딘가 촌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마치 할머니의 옷장에서 볼 법한 옷들이지요. 실제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손수 뜨개질로 만든 스웨터를 선물했던 영국의 풍습에서 어글리 스웨터가 시작되었다고 하죠.

산업 혁명 이전에는 가내 수공업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옷을 만드는 것은 주로 집안의 여성들이 담당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크리스마스엔 선물을 줄 만한 것이 없어 직접 만들어주는 스웨터가 선물로 부상하기 시작했고, 집에서 직접 만든 스웨터를 선물로 주고받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됩니다. 하지만 다소 복고적인 취향과 감각이 담겨 어린 세대에겐 스웨터의 디자인이 촌스럽다는 인식이 강했는데요.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화려한 장식까지 더해져 의도치 않게 촌스러움은 한 스푼 진하게 담길 수밖에 없었죠. 이것이 바로 어글리 스웨터에 ‘어글리’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입니다.

어글리 스웨터는 북미권의 티셔츠 문화와 파티 문화가 결합해 2010년부터 본격적인 유행을 타게 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기상천외한 디자인의 스웨터를 만연하게 입기 시작하면서 캐나다에는 ‘어글리 스웨터 데이’라는 기념일까지 만들어졌죠. 시작은 가족끼리 소소한 재미를 즐기기 위해서였지만 현재는 많은 브랜드도 이날을 겨냥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역사를 그대로 담은,
MS의 어글리 스웨터

MS의 어글리 스웨터
이미지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작년 12월, MS(마이크로소프트)는 연말을 맞아 브랜드의 감성이 담긴 어글리 스웨터를 선보였습니다. 이들의 운영체제 윈도우에 포함된 기본 게임인 ‘지뢰 찾기’를 모티브로 한 독특한 스웨터였는데요. 스웨터의 전면에는 초창기 윈도우에 수록된 ‘지뢰 찾기’의 그래픽을 활용한 다양한 요소가 그려졌습니다. 소매에는 커다란 지뢰 그래픽이, 중앙에는 게임판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가 그려져 있어 오직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탄생시킨 재미있는 제품이었죠.

윈도우 그림판, 윈도우 XP, 윈도우 95를 상징하는 MS 로고의 스웨터
이미지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그림판에 보여지는 MS 스웨터 입은 남자의 모습
이미지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MS가 출시했던 또 다른 시리즈도 있습니다. 이 어글리 스웨터는 윈도우 그림판, 윈도우 XP, 윈도우 95를 상징하는 MS의 로고가 그대로 담겼는데요. 추억으로 사라져 버린 시스템을 어글리 스웨터로 다시 만날 수 있기에 기념품으로도 손색이 없던 제품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제품은 판매 시 20달러씩 컴퓨터 공학 업계 여성을 후원하는 단체 ‘걸즈 후 코드(Girls Who Code)’에 기부되었다고 하죠. 재미와 감동 두 요소를 모두 잡은 훌륭한 행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스웨터,
브리타의 어글리 스웨터

브리타의 어글리 스웨터 션물세트
이미지 출처: 브리타
브리타의 어글리 스웨터
이미지 출처: 브리타

독일의 정수 필터 제조 브랜드 브리타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스웨터 <The Ugliest Ugly Sweater>를 선보였습니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여느 어글리 스웨터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 디자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리스마스와 어울리지 않는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바로 해변가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와 거북이, 그리고 해양 오염의 주범이기도 한 버려진 병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해양 오염에 관한 경각심을 표현하는 브리타의 사회 공헌 캠페인이었죠.

브리타는 네덜란드의 니트 제조 및 디자인 회사인 니트웨어 랩과 협업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버려진 자원의 재활용 중요성을 재고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해양 오염 때문에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여러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버려진 플라스틱병에서 추출한 재생 섬유로 만든 스웨터 다섯 종을 출시했는데요.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들과 더불어 환경과 사회까지 생각한 따듯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죠.


오직 어글리 스웨터를 위한,
밀리언 아카이브의 빈티지 마켓

인형이 걸려있는 트리
이미지 출처: 밀리언 아카이브
밀리언 아카이브의 빈티지 마켓
이미지 출처: 밀리언 아카이브

어글리 스웨터가 외국의 문화라고만 여겨진다면, 밀리언 아카이브의 어글리 스웨터 마켓을 꼭 한 번 다녀오시길 추천합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밀리언 아카이브는 1970~80년대의 재봉, 패턴, 분위기가 담긴 옷을 엄선해 판매하며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마켓입니다.

상시 운영이 아닌 한정 기간만 운영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이곳은 빈티지 원피스, 하와이안 셔츠 등 단일 품목으로 마켓을 진행합니다. 매년 겨울엔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어글리 스웨터 마켓을 운영하는데요. 크리스마스 즈음 저마다 갖고 있는 가장 촌스러운 스웨터를 입고 모이는 어글리 스웨터 데이에 착안해 기획된 크리스마스 스웨터 숍은 말 그대로 1900년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크리스마스를 위한 장소가 되는 셈이죠. 빈티지 의류를 디깅하며 그 시대만이 품고 있는 촌스러운 감성을 적극적으로 누려보세요.


생각만 해도 설레고 따듯한 아이템이 있는 건 크나큰 행운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만들어진 어글리 스웨터가 바로 그런 아이템이 아닐까 싶은데요. 의도치 않게 촌스러움이 담겼지만, 이제는 못생김을 듬뿍 담아 그 자체로 큰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어글리 스웨터.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보냈던 따듯한 겨울이 담긴 못생긴 스웨터와 함께 조금은 더 즐겁고 풍성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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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연

누군가의 관점이 담긴 모든 것이 예술이라 믿습니다.
ANTIEGG와 함께 예술을 기록하고, 세상에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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