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체가 더 궁금한
영화음악 감독 4명

영화 안과 밖
자기 세계를 펼치는 뮤지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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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음악으로 담아내는 것은 번역과 창작을 오가는 작업입니다. 이야기의 흐름과 일치하는 사운드가 주는 감동과 더불어 차이와 변주가 만들어내는 긴장이 영화음악의 묘미죠. 그 지점에서 우리는 해당 영화음악을 맡은 감독의 독특한 관점과 색채를 느낍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영화를 볼수록 ‘음악감독은 도대체 누굴까’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영화음악 감독 겸 뮤지션들을 소개합니다.


랜디 뉴먼

랜디 뉴먼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er

누구든 생애 최초로 접하게 되는 영화음악은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음악이 아닐까 싶은데요. 디즈니와 픽사의 영화음악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감독이 있어요. 바로 랜디 뉴먼(Randy Newman)입니다. 그의 시그니처는 뉴올리언스 재즈와 팝 스타일을 결합한 주제가들이에요. ‘The Time of Your Life’(<벅스 라이프>), ‘You’ve Got a Friend in Me’(<토이스토리>), ‘If I Didn’t Have You’(<몬스터대학교>)를 포함한 여러 주제가는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대중의 기억 속에 남았죠.

동영상 출처: Randy Newman

뉴먼의 음악은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실사영화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그중에서도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2019) 사운드트랙에서는 한층 더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엿볼 수 있죠. 음악은 이별 앞에 놓인 부부의 모습을 담담히 응시하면서 주인공 찰리와 니콜 사이에 남은 앙금과 애정을 가감 없이, 그러나 사랑스럽게 그려냅니다. 한편, 알고 보면 뉴먼은 젊은 시절 예리하고 날카로운 가사에 위트 한 스푼을 얹어 부르던 싱어송라이터였는데요. 미국 사회를 풍자한 히트곡 ’Short People’이 담긴 [Little Criminals](1977)나, ‘I Love L.A.’가 수록된 [Trouble in Paradise](1983)는 인생을 관통하는 솔직하고 재치 있는 관점을 선물해줍니다.

동영상 출처: Randy Newman

INSTAGRAM : @randynewmanofficial


트렌트 레즈너

트렌트 레즈너
이미지 출처: NPR

아카데미 어워즈 음악상을 무려 2번이나 수상한 영화음악 감독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는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 사운드를 통해 영화의 정서를 쌓아 올리는데 탁월합니다. <소셜 네트워크>(2011)에서 그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을 음울하고 긴장되는 분위기로, <소울>(2021)에서는 태어나기 전의 영혼들이 사는 형이상학적 세상을 감동적으로 표현해냈는데요. 특히 커리어 상 첫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이었던 <소울>의 사운드트랙에 많은 사람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동영상 출처: DisneyMusicVEVO

그 이유는 레즈너가 1990년대 Nine Inch Nails라는 밴드로 활동하며 인더스트리얼 록, 즉 혼돈과 무질서가 특징인 음악을 했기 때문이에요. Nine Inch Nails는 2천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당대의 영광을 누린 록스타였죠. 앨범[Broken](1992) 수록곡 ‘Wish’는 그의 대표곡 중 하나로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메탈 퍼포먼스 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BDSM을 다룬 파격적인 가사에도 불구하고 예술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레즈너는 팬들의 열광적 지지를 얻었습니다. 90년대 메탈과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모두 최고의 음악을 선보인 그에게 더 숨겨진 반전 매력은 없는지 궁금해집니다.

동영상 출처: Nine Inch Nails

INSTAGRAM : @treznor


정재일

정재일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뮤지션들이 재능을 부러워하는 뮤지션 정재일은 영화음악에 뛰어든 지 6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옥자>(2017), <기생충>(2019), <오징어 게임>(2021) 음악을 연이어 맡아 전 세계적 관심을 받는 음악감독입니다. 대체로 잔혹하고 모순적인 현실, 기이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음악을 선보여 왔죠. 가령, <오징어 게임>에서 그는 게임 시작 전 우아한 클래식을 삽입하거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리코더와 337박수 소리를 등장시키면서 인물들이 처한 잔인한 현실과의 괴리를 효과적으로 사용했어요.

동영상 출처: jung jaeil

정재일은 ‘영화음악 감독’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력의 소유자예요. 고등학생 시절 ‘긱스’의 베이시스트로 대중음악 씬에 데뷔했고, 이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앨범 프로듀서로 김동률, 아이유, 박효신과 협업하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러브콜을 받아왔죠. 2018년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환송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던 공연 ‘하나의 봄’도 정재일의 작품입니다. 음악 스타일과 예술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작업에 힘써온 그에게도 온전히 자기 내면에 집중한 앨범이 있는데요. 최근 저명한 클래식 레이블 데카(Decca)에서 발매된 [Listen](2023)입니다. 제목이 암시하듯 정재일은 자신과 주변, 세상의 말을 더 유심히 들어보자는 메시지를 담아 청자에게 조심스레 말을 겁니다.

동영상 출처: jung jaeil – Topic

INSTAGRAM : @jungjaeil.composer


이민휘

이민휘
이미지 출처: reversemedia

주목받는 독립영화의 엔딩크레딧을 살펴보면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이름, 이민휘. 그의 참여작은 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드라마를 넘나들어요. <한여름의 판타지아>(2015)에서는 환상적인 드라마를 몽환적으로, 다큐멘터리 <기억의 전쟁>(2020)에서는 베트남 전쟁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드러나게끔 신중하게,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2023)에서는 명랑하고 아기자기하게 여행의 장면들을 구현해냈죠.

동영상 출처: Minwhi Lee – Topic

이민휘는 사실 2011년 ‘무키무키만만수’라는 2인조 듀오의 ‘만수’로 활동하며 음악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게끔 하는 퍼포먼스(’안드로메다’,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로 화제가 되었던 뮤지션인데요. 파격이라 회자할만큼 ‘소란’을 일으켰던 무키무키만만수의 앨범 [2012](2012)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지를 발산했다면, 솔로로 발매된 [빌린 입](2016)은 이민휘의 오랜 내적 고민이 수렴한 결과물이에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을 수상한 이 앨범은 낯설지만 궁금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죠. 조화와 전위가 공존하는 그의 음악 세계가 앞으로도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동영상 출처: Minhwi Lee – Topic

INSTAGRAM : @lee.minhwi_official


지금까지 살펴본 영화음악 감독 모두 고유한 내적 자원과 언어를 가지고, 영화라는 새로운 도화지에 자신을 그려 보이는 뮤지션들인데요. 이들의 밀도 높은 개인 작업과 영화음악을 번갈아 듣다 보면, 자기 목소리와 도구를 보유한 사람이 타인과 협업했을 때도 분명한 지문을 남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처럼 유일무이한 음악 세계를 가진 뮤지션과 만나는 즐거움을 위해, 영화를 첫 디딤돌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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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

진실한 것들을 찾아 오래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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