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님께 단상이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ANTIEGG 예진입니다.

서늘한 손끝으로 타이핑하는 10월입니다. 혼자 읊조리던 세상이 글이 되고, 귀한 지면을 빌려 송출한 지도 어느덧 일 년이 되어 갑니다. 당신이 제 글을 기다리는지, 우연히 들여다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갈 누군가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든 돌연한 두근거림이 됩니다. 작성자와 독자 사이에는 약간의 시차가 있습니다. 제가 지나온 현재가, 당신에게 생경한 장면으로 재구성된다는 사실이 키보드 앞으로 이끕니다. 데스크톱이 놓인 책상 앞에는 창이 하나 있습니다. 창문 너머는 나무 하나 없는 삭막한 풍경이지만, 목을 쭈욱 빼면 하늘이 빠끔히 보입니다. 좁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날씨와 계절을 가늠하는 일은 행간 속에서 머뭇거릴 때마다 도움이 됩니다. 더듬어 완성한 글은 모두 제멋대로 아름다울 수 있는 삶을 예찬하는 메시지로 귀결되었죠. 누군가는 묻습니다. 삶을 사랑하기엔 세상의 그늘이 너무 짙지 않냐고요.

동의합니다. 인간이 초대한 비극이 너무도 많습니다. 심화되는 기후 위기, 부의 양극화, 인구 절벽. 들춰 본 뉴스에는 시대를 통탄하는 글이 빼곡하고, 많은 이들이 빈곤한 시대라 자조하지요. 분명 우리는 수많은 슬픔을 딛고 서 있습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세계와 흡사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말 작금의 고통이 그 어느 시대보다 과중할까요? 인류는 언제나 현재의 빈곤을 피력해 왔습니다. 동시대를 긍정했던 이들이 더 희소하겠죠. 우리가 현재를 입체적으로 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삶을 냉소하기엔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짧습니다. 회의주의는 개인의 삶을,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낙천적인 사람들이, 천진하게 희망을 보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왔죠. 삶을 사랑하는 힘은 내가 발 딛은 세계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됩니다. 시대를 긍정할 수 없대도 괜찮습니다. 그저 지켜내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 보세요.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요즘 부쩍 입 끝에 맺히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염없이 시간을 보낼 때, 전율을 선사하는 작품과 예기치 못한 재미를 맞닥뜨렸을 때, 살랑이는 초록과 계절의 공기를 느낄 때. 현재에 호흡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안도합니다. 그 순간들은 살아갈 이유를 선명히 새깁니다. 제멋대로 아름다운 예술, 무성한 자연, 말갛게 웃는 얼굴을 지켜내기 위해 마음을 덧댈 방법을 고민합니다. 오늘이 이토록 경이롭다면, 지켜낼 내일은 또 무엇을 감각하게 될까요. 세기의 석학도 평생에 걸쳐 찾지 못했다던 삶의 의미를 고작 살갗을 스치는 나직한 바람에서 찾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삶을 사랑할수록 눈물이 많아집니다. 친구들은 언제 어디서든 왈칵 울어버리는 저를 채근하지 않고, 곁에 오랜 시간 머무는 이는 벼락같은 눈물에 웃고 맙니다. 그 울음은 대체로 슬픔이 아닌, 기쁨이나 경이에서 기원한 것들입니다. 어떤 날은 천변을 걷다 행복해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날은 영화를 훔치는 이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어떤 날은 아득하리만치 큰 품의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웁니다. 세상의 단면에 머무는 우리가 마주할 장면은 아직 너무 많습니다. 나아가길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 나는 당신에게 노래를 나누어준다. 당신은 또 다른 곳으로 가 노래의 일부를 나눠줄 것이다. 목도한 슬픔을 당신의 몸에 기입하며, 당신의 호흡대로 춤추며, 다시 사랑하며, 그렇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이 되었다가, 마침내 우리가 아닌 것들로 흩어진다._목정원,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ANTIEGG에서
예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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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진

비틀리고 왜곡된 것들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글로써 온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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