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님께 단상이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ANTIEGG 예진입니다.

눈은 도시에 고요를 선물합니다. 기척도 없이 창과 바닥에, 어깨와 손바닥 위에 가만히 포개어집니다. 포근한 이불을 끌어안은 도시는 그 어느 계절보다 평온해 보입니다. 계절을 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면, 봄은 작게 흐르는 물소리, 여름은 모래알을 끌어안는 파도 소리, 가을은 나뭇가지 사이를 가로지르는 바람 소리, 겨울은 눈의 사각거림일 거예요. 우리는 시각에 의존하지만, 청각은 기억 귀퉁이 흐릿한 형태로 오래 잔존합니다. 오랜만에 듣는 누군가의 음성에 돌연 과거로 회귀하거나, 한 시절을 통과할 때 듣던 음악은 미지근한 그리움을 선사하죠. 당신에게 ‘듣는 일’이 어떤 의미일지 궁금합니다. 동그란 이어폰을 귀에 꽂아 넣은 우리는 각자 다른 세계를 살아내느라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많을 테니까요.

집을 나설 때면 어김없이 이어폰을 찾나요? 차에 타서도 플레이리스트를 뒤적이곤 하는지요. 음악을 배경 삼아 흐르는 하루는 지나치게 일상적입니다. 선호하는 곡으로 구성된 리스트부터 능률을 높여 준다는 음악, 상황별 재생 목록까지. 되레 음악이 없는 순간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죠. 필사적으로 적막을 거부하는 일은 어느새 현대인의 행동 양식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그렇다면 언제든 외부와 완벽히 차단될 수 있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은 어떤가요. 우리의 현재는 언제부터 ‘소음’의 총체가 되었는지요. 음향기기를 착용한 채 바쁘게 걷는 도시인은 하나 빠짐없이 주변의 소리를 바라보지 못합니다. 부산한 발소리, 작게 울리는 말소리, 방향을 가리키는 기계음. 이들이 하나 특별할 것 없는 하모니라고 해도, 지금의 풍경을 선명히 묘사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현재를 희석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게 아닐까요. 당연한 습관이 되어버린 탓에, 뿌옇게 흐려진 렌즈의 존재를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요.

배경음이 소거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인위적인 선율도 흐르지 않는 공간에는 적막이 자리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산발적으로 어떤 존재들이 솟아나지요. 최초에는 내가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이, 다음으론 무언가 부드럽게 스치는 소리가, 때때로 바람의 타닥거림이 있습니다. 이어폰 한 쪽을 빼냈을 뿐인데, 사라졌던 현재가 다시 곁으로 다가와 생동합니다. 낭만은 비일상적인 순간의 이벤트가 아닙니다. 소리는 지극히 평범한 경험조차 입체적으로 만드니까요.

가까운 숲 속으로 떠나 보세요. 시각에 의존한다면 언제 끝날지 모를 나무와 흙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우뚝 멈춰 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는 거예요. 도시에서 들을 수 없던 새의 목소리, 프스스 울리는 풀벌레 소리, 바람을 따라 한 방향으로 고개를 젖히는 잎들이 만드는 파도 소리. 각자의 지금을 피력하는 어떤 존재들이 느껴질 것입니다. 만들어진 노이즈에 휩쓸려 어디쯤 왔는지 잊기 쉬운 요즘, 산재하는 아름다움 곁으로 한 발짝 다가가 보는 건 어떨지요.

ANTIEGG에서
예진 드림.
Feel the Vibration!

진정한 문화예술 경험에서 오는 전율,
규격화된 세상에 타격을 가하며 느껴지는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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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진

비틀리고 왜곡된 것들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글로써 온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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