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코의 예술을 완성하는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교감으로 완성하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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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 페이스 갤러리 서울에서 마크 로스코(Mark Rothko)와 이우환의 추상 작품을 함께 전시합니다. 미술사의 거장 두 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죠. 그런데, 색면추상의 대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예술 감상법에 정답은 없지만, 때로는 누군가 정확한 해석으로 작품의 의미를 짚어주었으면 하고 바라곤 합니다. 특히 추상화는 더욱 그렇죠. 마크 로스코의 작품 또한 그림이 내포하는 메시지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관습적 행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으로 감상이 필요합니다. 로스코의 작품세계 속 길라잡이가 되어줄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를 소개합니다.


예술가에 대해 알아보는 방법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이미지 출처: 은행나무 출판사

예술을 마주하기 전, 예술가를 미리 알아보는 감상자와 그렇지 않은 감상자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물론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작품을 마주하며 자연스러운 감동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더 깊이 있고 긴밀하게 교감하고 싶다면 예술가를 먼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한 예술가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탐독하며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인지를 알아보곤 합니다. 다른 화가였다면 이 같은 방법을 추천하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심리학자이자 마크 로스코의 아들인 크리스토퍼 로스코(Christopher Rothko)가 쓴 해설집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를 먼저 읽어보는 겁니다.

이미지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아들이 썼다면, 결국 마크 로스코의 생애를 아들의 시선에서 풀어쓴 책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크리스토퍼 로스코가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그가 겨우 여섯 살일 때 마크 로스코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죠. 이후 크리스토퍼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통해 아버지를 만나왔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연구하고 관리하며 작품 감상법을 강연해 온 크리스토퍼는 아들의 시점이 아니라 로스코의 작품세계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알고자 화가와 대화해온 한 사람으로서 마크 로스코 해설집을 써냈습니다.

이 해설집을 통해 로스코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길 원한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크리스토퍼는 로스코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나열하는 대신 그의 작품을 경험하는 방법을 전달합니다. 때문에 해설집은 로스코의 생애와 작품 하나하나를 연결해 해석하기보다는 그의 작업 방식이나 철학에 기초하여 로스코의 작품세계 전반을 설명합니다. 풍경화, 초상화 등 다양한 양식의 그림을 그리며 사실주의 화가로 활동하였던 초기부터 수없이 많은 색면추상 작품을 쏟아내던 마지막까지, 로스코가 어떻게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는지를 전합니다.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자 한 예술가

마크 로스코는 194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대형 색면 회화를 그려온 추상 화가로 유명하죠. 그런데, 그의 1920~30년대 작품에서는 형태가 등장한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이 시기 로스코는 색면추상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 작품을 그렸던 걸까요?

마크 로스코, "무제(지하철)", 1937?, 이미지 출처: National Gallery of Art
마크 로스코, “무제(지하철)”, 1937년경, 이미지 출처: National Gallery of Art
마크 로스코, “무제(세 명의 누드)”, 1933/1934, 이미지 출처: National Gallery of Art

활동 초기에 로스코는 지하철 연작을 포함한 도시 풍경화를 그리거나 다양한 초상화, 인물화를 그렸습니다. 초기 로스코의 구상화에서는 분명한 인물이 등장하거나 건물 또는 장소를 알아볼 수 있도록 형태가 드러나고 있죠. 그러나 인물들은 비현실적인 비율로 표현되었거나 어딘가 위태로운 형상을 하고 있고 그림의 배경이나 풍경은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즉, 로스코의 구상화는 단순히 시대상이나 도시 풍경을 담은 것이 아니라, 당대 사회와 한 개인이 받는 고통, 심리 상태, 감정, 경험 등을 표현했습니다.

로스코는 미국 대공황 시기를 겪은 인물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당시의 상황들이 그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데, 당시 미국인들의 상황과 사회 전반의 분위기보다는 한 개인이 느끼는 감정과 내면세계에 주목하였습니다. 로스코는 구상화 시기 동안 인물이 도시와 맺는 정신적, 내적, 정서적 관계에 집중하였고, 작품 속 인물의 표정과 자세로 이를 나타냈죠. 크리스토퍼는 해당 시기에 나타나는 로스코의 회화 양식을 ‘도시 심리극(urban psychodramas)’이라고 명명합니다.

마크 로스코, “바다 환상”, 1948, 이미지 출처: National Gallery of Art
마크 로스코, “무제”, 1946년경, 이미지 출처: National Gallery of Art

도시 심리극 이후 로스코는 당시 뉴욕 미술계를 주도하던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습니다. 크리스토퍼는 초현실주의 화풍이 로스코가 줄곧 표현하고자 하였던 인간의 내면세계와 보편적인 감정, 경험을 보다 즉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적합했을 거라고 평가하죠. 이후, 로스코는 점차 자신만의 색면추상 양식을 전개합니다. 그는 무언가를 상징하거나 연상케 하는 요소는 자신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심리를 온전히 경험하기 위해서는 순수한 추상화 양식이 가장 적합했죠.

로스코는 꾸준히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예술로 표현하고자 자신의 회화적 언어를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는 이 과정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로스코의 색면추상화의 진짜 의미를 밝혀갑니다.


내면으로부터 교감하는
마크 로스코

관객을 압도하는 커다란 캔버스,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한 사각형들, 흐릿한 형태와 투명한 색감이 자아내는 몽환적인 느낌. 로스코의 추상화에서 드러나는 특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보고 ‘감동받았다’, ‘눈물을 흘렸다’, ‘종교적 경험을 한 것 같았다’라는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감상을 남깁니다. 왜, 우리는 로스코의 그림에 감동을 받을까요?

이미지 출처: Abstract House

도시 심리극과 초현실주의 회화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고 감상자에게 전달하던 로스코는 나아가 색면추상화로 감상자가 즉각적으로 내면세계를 마주하고 경험하게 합니다.

사각형이 쌓아올라가 있는 모습의 작품들은 얼핏 ‘창’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크리스토퍼는 이 ‘창’이 안에서 밖을 바라보도록 낸 통로가 아니라, 감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통로라고 말합니다. 로스코는 그림 앞에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창을 내었고, 이 그림과 교감하는 순간 감상자는 스스로의 내면을 마주하고 감정을 직접 느끼고 반응하게 됩니다.

마크 로스코, “No. 10/Brown, Black, Sienna On Dark Wine (Untitled”, 1963, 이미지 출처: Pace Gallery
마크 로스코, “Untitled”, 1963, 이미지 출처: Pace Gallery

로스코의 작품은 모든 감상자와 동등하게 교감합니다. 그리고, 감상자들은 각기 다른 감상과 경험을 갖게 되죠. 크리스토퍼는 이 과정을 통해 로스코의 교감이 보편적으로 작용하며 보편적인 인간 감정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완성된다고 말합니다. 로스코의 회화는 한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기에 굉장히 개인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 때문에 보편성을 확보한다는 것이죠.

여기까지, 크리스토퍼는 로스코의 작품이 갖는 진짜 의미를 밝히기 위해 ‘로스코를 이해하는 여정’을 이끌어 옵니다. 그리고, 이로써 로스코의 작품은 내면으로부터 감상자와 교감하며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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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코의 그림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로스코는 ‘나’와 교감하고, ‘나’가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탐구하고 재발견하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로스코의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로스코어’를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크리스토퍼는 누구보다도 친밀한 시선으로 아버지를 이해하고, 동시에 누구보다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의 작품을 탐구해 왔습니다. 누구보다도 깊게 마크 로스코와 작품으로 대화한 크리스토퍼 로스코의 글을 읽어보고 마크 로스코와 내면으로부터 교감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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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비

막연히 마음속에 자리 잡은 예술을 나누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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