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배경의
이야기를 담은 책 3권

책과의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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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에 가면 꼭 그 나라의 서점에 들릅니다. 코끼리 모양을 한 석상이 지키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헌책방부터, 낭만적인 돌길 끝에 위치한 체코 프라하의 카프카 전문 서점까지 어쩐지 어느 나라에 가든 서점은 모두 비슷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 안에서는 그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마 책은 그 누구도 해치는 법이 없기 때문이겠죠. 서점은 번번이 우리를 구원해 줄 어떤 책과의 조우를 기적처럼 선사합니다. 책과의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 서점을 배경으로 한 책 3권을 소개합니다.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은
서점 주인의 하루

『서점 일기』

『서점 일기』
이미지 출처: 여름언덕

추운 겨울날, 눈을 밟느라 축축해진 발걸음으로 장작불이 타닥타닥 타고 있는 서점에 들어온 기분이 들게 만드는 책 『서점 일기』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인 위그타운에 있는 중고 서점 ‘더 북숍’ 주인이 하루하루 서점을 운영해나가는 일기를 담았어요. 서점 주인은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 같지만 그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대로 일하지 않는 서점 직원과의 얼렁뚱땅 다툼을 시작으로 서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이 일기장에 담아내는데요. 서점에서 고객으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 온라인으로 책을 파는 아마존을 비판하는 이야기 등 서점 주인만이 할 수 있는 비하인드 씬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심지어 매일의 매출금액과 방문한 손님 수까지도요. 무심하고 냉소적인 척하지만, 그의 일기장 속엔 숨기려해도 어쩔 수 없이 배어나는 책에 대한 사랑이 은은히 감돌고 있습니다.

서점 ‘더 북숍’에 앉아있는 저자 숀 비텔,
서점 ‘더 북숍’에 앉아있는 저자 숀 비텔, 이미지 출처: 책세상

정직하게 하루하루를 기록한 일기 형식의 책이다 보니 도파민이 터지는 사건이라든지, 흥미로운 러브 스토리가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이 책은 침대 머리맡에 두고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을 추천드려요. 복잡하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어느 밤, 서점에 찾아온 엉뚱한 손님과 그에 맞서는 조금은 까칠한 서점 주인의 이야기를 읽으면 왠지 유쾌하고 따뜻한 일상 시트콤을 한 편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드셨다면, 숀 비텔이 쓴 다른 책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도 함께 추천드립니다.


『서점 일기』 구매 페이지


책덕후를 위한 그림책

『있으려나 서점』

이미지 출처:온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떠올릴 수 있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서점을 소개합니다. ‘책의 책’을 전문으로 하는 『있으려나 서점』이에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SF 소설을 읽는 것처럼, 상상만으로도 신기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력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요시타케 신스케 특유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색감 그리고 책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하지 않고서는 떠올릴 수 없는 종류의 통통튀는 아이디어들이 모여 책 덕후를 위한 그림책을 완성해냅니다.

이미지 출처:『있으려나 서점』

제목을 보여주기 민망한 책을 다른 종류의 책인 것처럼 리커버 해주는 토스트 기계, 누군가의 독서 이력을 가지고 단숨에 그를 파악해 보이는 독서 이력 수사관, 죽은 사람이 천국에서 읽었으면 하는 추천 도서를 꽂아두고 갈 수 있게 하는 공동묘지 등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해리포터 못지않은 판타지 세계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을 좋아하던 사람이 천국에 가게 되면 이런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네요. 글이 많지 않은 그림책이어서, 느긋한 휴일의 어느 날 뒹굴거리며 읽는 것을 추천드려요.


『있으려나 서점』 구매 페이지


서점에서는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섬에 있는 서점』

이미지 출처: 문학동네
이미지 출처: 문학동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배경은 섬에 있는 작은 서점 ‘아일랜드 북스’입니다. 이곳의 주인 에이제이 피크리는 함께 서점을 운영하던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점점 까칠하고 퉁명스러운 성격으로 변해만 갑니다. 이제는 혼자 서점을 관리하는데다 책 취향까지 까탈스러워 서점 운영이 점점 힘들어지는데요. 어느 날 서점에 꾸러미가 하나 도착하고 그 안엔 놀랍게도 두 살배기 아이, 마야가 버려져 있습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쪽지와 함께요.

영화 속 마야와 에이제이, 이미지 출처:rottentomatoes

에이제이 피크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마야를 키우게 되고, 마야는 서점의 책들을 도움닫기 삼아 쑥쑥 자라납니다. 이 과정에서 자라는 것은 마야뿐만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마야가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한 책들과 함께 자라는 시간 동안,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던 에이제이도 우연히 만난 마야를 통해 점차 희망의 빛을 찾아가고 있었거든요. 아이를 키움에 있어 다정한 참견을 건네오는 섬의 이웃들, 책을 팔기 위해 서점에 찾아온 영업 사원 어밀리아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귀찮아하면서도 내심 그로부터 치유받는 에이제이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서점은 올바른 종류의 사람들을 끌어당긴다는 이 소설 속 한 문장이 맞는 말처럼 느껴져요. 누군가가 서있는 배경이 서점이라면, 좋은 일들은 끊임없이 일어날 것입니다. 혼자가 된 에이제이의 서점에 좋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마음을 나눠준 것처럼, 서점에 켜진 노란 불빛은 당신을 절대 혼자 두지 않을 테니까요.


『섬에 있는 서점』 구매 페이지


서점은 우연한 마주침을 만들어냅니다. 책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우연한 마주침도요. 서점에서 이루어지는 그 모든 우연은 우리를 늘 좋은 방향으로 이끌죠.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에서 굳이 직접 책표지를 넘겨보고 책을 사는 사람, 연필로 천천히 밑줄을 그어가며 책을 읽는 사람은 언제나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이기에 책을 매개로 한 모든 만남은 늘 좋은 결말을 맺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서점의 문을 밀고 들어오는 이의 발걸음에는 언제나 더 나아질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묻어있습니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 바스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서점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점에서 당신만의 우연한 행운을 발견하실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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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다혜

서점에서 일하는 여름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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