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공백 없이 모든 공간을 채우고, 음악은 공간을 변주합니다. 안락한 침실을 재즈 바로, 적막한 버스를 파티 공간으로 바꾸는 힘은 음악에 내재합니다. 그리고 DJ는 누구보다 음악이 갖는 힘을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화려한 조명 장치 가득한 클럽부터 음습한 폐공장, 한가한 카페까지, DJ는 어떤 공간이든 자신의 입맛과 목적대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상 속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또 공간의 원래 목적을 뛰어넘는 모습으로 변주하는 DJ들의 마법같은 솜씨를 감상해 보세요.
정적 공간에 생동감을 부여하기
1) 214 멀버리 (214 Mulberry)
패션과 음악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뉴욕 기반 패션 브랜드 에메 레온 도르Aimé Leon Dore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위치한 멀버리 스트리트의 한 공간에 다양한 DJ를 불러 모아 <214 멀버리214 Mulberry>라는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과거를 담은 깊이감을 지닌 공간에서 DJ는 자신의 취향을 담은 음악을 플레이합니다. 때로는 부드러운 R&B와 힘찬 Funk로, 때로는 묵직한 드럼 비트를 품은 Hip-Hop으로 가득한 공간은 에메 레온 도르의 브랜드 정체성과 닮아 있습니다.
YOUTUBE : 에메 레온 도르
<214 멀버리> 상세 페이지
INSTAGRAM : @aimeleondore
2) 오피스 365 (Office 365)
국내외 서브컬처를 다루는 비슬라 매거진VISLA Magazine은 그 어떤 공간보다 익숙한 사무실을 테마로 선택했습니다. ‘오피스 뮤직 플레이리스트’라는 문구로 소개한 <오피스 365Office 365>에는 혜인서Hyein Seo 등 굴지의 패션 브랜드부터 오픈창동OPCD과 같이 훌륭한 문화예술 사업을 진행하는 도봉구청, 신생 항공사 에어로케이Aero K의 김포국제공항 체크인 카운터 등 각 분야의 사무실을 배경으로 DJ들이 공간에 맞는 ‘노동요’를 제공합니다.
WEBSTIE : 비슬라 매거진
YOUTUBE : 비슬라 매거진
INSTAGRAM : @vislamag
예상치 못한 장소,
더 예상치 못한 분위기
1) 엘리베이터 뮤직 (Elevator Music)
본래 엘리베이터 음악은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동안 지루함을 달래주는 음악을 묘사한 비방성 단어입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뮤직Elevator Music은 그 의미를 전복해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에 생경한 감각을 부여합니다. 그들의 엘리베이터 세트는 다양한 일렉트로닉, 댄스 장르 아티스트와 DJ의 퍼포먼스부터 힙합, 록, 심지어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엘리베이터 뮤직이 영상 속에 담아낸 엘리베이터는 적막 속에서 목적지로 향하는 운송수단이 아닌, 다채로운 음악과 인물을 품은 역동적인 주크박스처럼 보입니다.
WEBSITE : 엘리베이터 뮤직
YOUTUBE : 엘리베이터 뮤직
INSTAGRAM : @elevatormusic.live
2) 일렉트릭 클리너즈 (electric cleaners)
초기 한인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개업한 업종 중 하나인 세탁소. 채널 고요 클럽goyo club의 <일렉트릭 클리너즈electric cleaners>는 영상 제작자인 두 한인 디렉터가 LA 코리안타운의 세탁소를 배경으로 기록하는 로컬 콘텐츠입니다. 로컬 레코드샵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기록한 <파인딩 레코즈finding records>를 포함해, 두 명의 디렉터는 작은 사회로서 자신의 ‘동네’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내가 속하고 연결되어 있는 동네의 정감 아래, DJ가 재생하는 음악은 멈춰 있는 세탁소에서 이어지는 연대의 깊이를 더합니다.
YOUTUBE : 고요 클럽
INSTAGRAM : @goyo.club
일상 속 순간을 새롭게 구축하기
1) QUENMIX
글로벌 시대의 도래와 인터넷의 발전에도 현지인이 아니라면 포착하기 어려운 장면이 있습니다. QUỆN은 베트남의 꽃 시장, 당구장, 이발소, 수산시장 등 현지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일상 속 장소를 카메라에 포획하고, 그 내부에 음악을 위치시킵니다. 이발소 앞에서 진득한 재즈가 흘러나오는 풍경 자체도 생소하지만, 그들은 무엇보다 현장의 상황을 가감 없이 담아내곤 합니다. (실제로 이발소 배경의 영상 후반부에는 바로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국적인 풍경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익숙한 행동은 DJ가 재생하는 음악에 맞물려 우리 앞에 도착합니다.
YOUTUBE : QUỆN
INSTAGRAM : @quen.cai.hem
2) 브렉퍼스트 (BREAKFAST)
점심, 저녁 식사에 비해 아침 식사는 평온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의 한 가정집에서 펼쳐지는 아침 식사도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한데요. 동명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까사틸트CASATILT는 친구, 동료들과 함께하는 아침 식사 자리에 DJ를 초대합니다. 아침 식탁에 퍼지는 바이닐 디제잉을 담은 콘텐츠 <브렉퍼스트BREAKFAST>처럼 맛있는 음식에 매력적인 음악이 더해진다면, 남은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낼 원동력이 솟아날 것만 같습니다.
WEBSITE : 까사틸트
YOUTUBE : 까사틸트
INSTAGRAM : @tilt__official
우리는 과거에 비해 훨씬 간편한 방법으로 좋은 음악을 즐기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콘텐츠를 선별하고 정리해 우리의 눈 앞으로 가져다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죠. 별안간 DJ는 수십 년 전부터 이와 유사한 작업을 수행해 온 인물들입니다. 공간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파티를 찾은 이들의 감정을 조종하고, 서로 다른 음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능력은 단지 작품을 선택하고 재생하는 행위를 넘어서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아티스트가 분야와 산업,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오늘날, DJ도 파티장과 클럽을 넘어 도시로, 자연으로, 그리고 일상 속 공간으로 침투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을, 혹은 공간의 목적을 넘어선 분위기를 구축하는 DJ의 움직임과 그 역동적인 플레이리스트가 선사하는 마법은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