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산업의 환경 파괴는
용인될 수 있는가

패스트 패션의 도약과
환경 오염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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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한 달에 몇 개의 옷을 구매하고 있나요? 그리고 몇 개의 옷을 버리고 있나요? 당신의 옷은 완벽히 버려질 수 있을까요? 우리는 편리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 번의 터치로 쉽게 결제하고, 바로 다음 날 상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옷을 구매하는 경로가 놀랍도록 간소화된 만큼 더 빨리, 더 많이 구매하죠. 새 옷에 자리를 내어주고 헌 옷은 너무나도 쉽게 버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이러한 패스트 패션의 사이클은 이미 여러 번 문제시된 부분입니다. SPA 브랜드의 도약과 함께 패스트 패션 시대 도래 후,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5,600만 톤의 의류가 소비됩니다. 이는 15년 전과 비교해 약 60%나 증가한 수치로, 과잉된 소비만큼 갈 곳 없는 의류 폐기물이 부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세계 패션 산업은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며, 패션 산업이 지금과 같은 성장 궤도를 이어간다면 2050년에는 세계 탄소의 4분의 1을 차지할 있다고 합니다. 의류가 생산되고 폐기될 때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길래, 이토록 문제적 이슈가 된 걸까요?


청바지 한 장이 만들어지기까지

쌓여있는 리바이스 청바지
이미지 출처: 리바이스 공식 홈페이지

패션 산업의 유해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는 바로 데님입니다. 청바지 한 장을 제작하려면 한 사람이 10년 동안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인 약 7,500L 이상의 물이 필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리바이스에서는 청바지 한 장이 생산되고 폐기되기까지 33.4kg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생산된다는 추정치를 도출했는데요. 배출량의 1/3 이상이 섬유 및 직물 생산, 40%는 청바지 세탁에서 발생하는 폐수와 매립지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청바지를 살 때마다 지구에 무게가 켜켜이 쌓여 가는 셈이죠.

사막
이미지 출처: Flickr

데님 뿐만 아니라 패션 산업 전반에 걸쳐 물이 과용됩니다. 면화 1kg을 생산하려면 최대 2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모든 옷의 염색과 마무리 공정에는 엄청난 양의 신선한 물을 사용합니다. 섬유 수급을 위해 물을 소진하는 속도가 가파르게 변화하면서 극적인 생태적 재난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아랄해(Aral Sea)의 사막화(1950년대 소련이 목화를 대량으로 재배하기 위해 아무 다리야 강과 시르 다리야 강에 댐을 쌓으면서 급속도로 사막화가 진행돼 현재는 10% 정도만 남아있는 현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우려되는 시점에 패션 산업의 문제적 물 소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보라색 거품으로 뒤덮인 오염된 강
이미지 출처: 그린피스 공식 홈페이지

물을 과용하는 것과 더불어 수질 오염 또한 심각한 수준입니다. 데님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폐수가 많이 발생하는 것처럼, 패션 산업의 수질 오염은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의류가 생산되는 국가의 섬유 공장에서 미처 처리되지 못한 유독성 폐수는 강에 직접 버려지기도 합니다. 강둑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오염된 물이 바다로 도달하면서 결국 전 세계로 퍼지게 됩니다. 일부 지역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가는 재앙의 단초일 지도 모릅니다.


버려지지 못하는 옷, 썩지 않는 옷

쌓여있는 버려진 옷더미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의류 역시 언젠가 버려지는 소비재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버려질 건지에 대한 논의가 턱없이 부족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사실 의류 폐기물은 플라스틱만큼이나 지구를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매년 1,000억 개가 넘는 상품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품 중 상당수는 생분해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리는 합성 섬유로 만들어집니다. 흔히 옷으로 지어지는 합성 섬유인 폴리에스터, 나일론, 아크릴은 고분자 화합물로 즉, ‘플라스틱 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플라스틱 실은 흙 속에 매립됐을 때 생분해되지 않으며 분해까지 최대 200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가 입는 옷 중 합성 섬유가 포함된 옷의 비율은 전체의 72%를 차지합니다.

합성 섬유를 포함한 직물은 생산하는 작업부터 폐기되는 모든 과정에서 매년 12억 톤의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패션이라는 산업 특성상 유행과 시즌에 의존적이므로 분기별로 소비가 독촉되고, 현대 의류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죠. 이와 동시에 쌓여만 가는 의류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12%에 불과합니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30%인 것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입니다.

여러 브랜드 로고
이미지 출처: urbankissed

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서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소비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의류에는 저렴한 대안이 많고, 저렴한 섬유는 대부분 합성섬유 함량이 높으며, 천연섬유를 사용한 상품은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옷에 대한 소비를 독촉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패스트 패션이겠지요. 이에 포브스의 과학자 제임스 콩카(James Conca)는 “저렴한 합성 섬유는 N2O와 같은 가스를 배출하는데, N2O는 이산화탄소보다 300배나 더 큰 피해를 끼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즉, 의류 소비자는 쉽게 저렴한 소비재를 선택할 수 있고, 합성섬유를 포함한 저렴한 원단은 궁극적으로 자연에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니, 업계 전반의 천연자원 상용화와 비용 절감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속 가능함의 도약과 문제점

스텔라 맥카트니
이미지 출처: 스텔라 맥카트니 공식 홈페이지

2019년 8월 G7 정상회의에서 에르메스·구찌·H&M·자라·나이키·아디다스 등 150여 의류 브랜드는 기후 변화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패션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H&M은 지난해 2030년까지 의류 소재를 재활용 및 지속 가능한 소재로 100% 전환하겠다고 밝혔으며 아디다스는 2024년까지 새로운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대형 패션 브랜드들이 잇달아 ‘지속 가능성(Sustainable)’을 외치면서, 패션 산업 전반에는 트렌드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브랜드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브랜드의 실제 목표가 아닌,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구호 ‘그린 워싱(Greenwashing: 보여주기식 친환경 마케팅)’이 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값싼 노동력,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 패스트 패션 등 패션 산업이 지속 가능성을 염두하고 고려해야 할 사안은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죠.

H&M 포스터
이미지 출처: H&M 공식 홈페이지

최근 그린 워싱 관련해 가장 크게 주목 받았던 브랜드는 바로 H&M입니다. 2019년 8월 노르웨이의 소비자청은 H&M에게 그린 워싱 의혹을 제기하는데요. 이유는 H&M의 CONSCIOUS 컬렉션은 오가닉 코튼, 재활용 폴리 에스터, 텐셀과 같은 지속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이러한 재료가 환경에 이로운 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사례처럼 브랜드가 제시하는 지속 가능성 목표를 실제로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소비자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합니다. 얼마나 공정한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정말 지속 가능한 원료를 사용했는지 소비자는 알 수 없죠. 어떤 규격화된 기준을 통과해야만 ‘서스테이너블’ 브랜드라 부를 수 있는 게 아니고, 그저 실천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다는 점이 그린 워싱의 핵심입니다.


만약 패션 산업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면서도 여전히 경제적 효율성만을 추구한다면,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 여전히 비용적 부담이 따른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건가요? 그리고 선택하지 않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소비자가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산업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또한 소비자가 경제적 부담을 덜고, 지속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게끔 산업 전반에서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 [weforum] These facts show how unsustainable the fashion industry is, 2020.01
  • [중앙일보] NASA 위성에 잡힌 메마른 아랄해…’옷 탐욕’이 낳은 대재앙, 2020.06
  • [sustainyourstyle] Fashion’s Environmental Impacts
  • [Chatham House] Understanding Sustainable Fashion, 2018.10
  • [forbes] Making Climate Change Fashionable, 2015.12
  • [dezeen] H&M called out for “greenwashing” in its Conscious fashion collection, 20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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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진

비틀리고 왜곡된 것들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글로써 온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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