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안녕하세요. ANTIEGG 예진입니다.

부산스러운 연초입니다. 1월만큼은 많은 이들이 목욕재계 후 새로 산 옷을 꺼내 입는 마음으로 나아가지요.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방법론과 ‘성장’, ‘목표’ 같은 단어들로 이뤄진 표어가 곳곳에 등장합니다. 매번 그렇듯 다음 해로 건너왔을 뿐인데 세상은 요동칩니다. $%name%$ 님의 눈으로 바라본 2023년 1월은 어떤 모습인가요. 고요한가요. 아니면 소란스러운가요. 어쩌면 머무는 환경에 따라 체감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소음으로 빼곡한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목표를 향해 빠르게 걷는 사람을 따라 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금방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곳이죠. 새해를 맞이해 모두가 전열을 가다듬고 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성장해야 할까요?

우리는 언제부터 성장을 욕망하게 된 걸까요. 마음가짐에도 유행이 있다면, 근 몇 년간 많은 이들의 시선을 모은 키워드는 ‘성장’일 것입니다. 각종 온라인 클래스 및 커리어 콘텐츠가 성행하고, 퇴근 후 생산적인 모임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잉여 시간을 또 다른 일, 일을 잘하기 위한 일로 채우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긱워커 플랫폼 뉴워커에서 직장인 571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본업이 있는 직장인 중 절반 이상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겸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느새 자투리 시간에 경험하는 휴식을 사치처럼 느끼고, 휴일에도 생산성을 고민하는 환경에 이르렀습니다. 차안대를 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기에 여념 없는 이유는 불안이 아닐는지요. 도시에 살다 보면 맹목적으로 성취를 좇는 사람들과 그럴싸한 성공 신화를 접합니다. 그들을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되지 않을까 두려움마저 느낍니다.

그런데 왜 성장해야 하는 걸까요. 성장은 행복한 삶을 담보하고 있을까요? 성과 지표의 세계 매몰되다 보면 점점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어집니다. 주어진 것이 내가 가진 전부인 거 같아서, 고개를 돌려 삶의 다른 가능성을 마주하기 어렵죠. 조급해하는 제게 동료는 행복의 기준을 물으며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일부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행복을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하는데요. 무언갈 성취했다는 기억 하나만으로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는 ‘자산성 행복’과 행복의 금리가 낮아서 행복 자산에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사소한 순간에 자주 행복감을 느끼는 ‘현금 흐름성 행복’입니다. $%name%$ 님은 둘 중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둘 중 어떤 유형이 더 잦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삶의 태도에는 옳고 그름이 없기에 자신의 속도를 고집하는 게 중요합니다. 맞지 않는 삶의 방식을 자신에게 종용할수록 방향 감각을 잃게 되지요. 설령 성장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라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삶은 고유합니다. 타인의 삶이 아무리 탐스러워 보인다고 해도 내게 이식할 수 없듯, 조금 느리더라도 결국 나만의 길을 찾게 될 겁니다. 우리가 커지거나 높아지기보다, 그저 깊어지길 바랍니다. 떠올려 보세요. 목적 없는 대화의 즐거움, 들숨과 날숨 사이의 적막, 낯선 새의 울음소리, 매일 다른 색조의 노을처럼 일상의 작은 경이를요. 우리 삶에는 성과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