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풍경을
예술로 만든 사람들

누구에게나 익숙한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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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 놓인 라이터, 까다 만 귤껍질, 보도블록 사이로 난 자그마한 틈. 매일 지나치는 모습도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얻는 소재가 됩니다. 일상적 풍경을 재치 있는 시선으로 관찰하고 새롭게 표현하는 작가의 작업을 소개합니다.


크리스토프 니만

선데이 스케치 시리즈
이미지 출처: 크리스토프 니만 공식 인스타그램

크리스토프 니만은 독일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트 디렉터입니다. 뉴요커, 내셔널 지오그래픽, 뉴욕 타임스 등 유명 매체의 표지를 작업해 왔고 에르메스, 라미 등 여러 브랜드와도 협업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이러한 독보적인 커리어 외에 일상을 다룬 개인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바로 ‘선데이 스케치’ 시리즈입니다.

‘선데이 스케치’는 우리 가까이 있는 사물을 주제로 합니다. 그 주인공은 클립이나 레고가 되는가 하면, 때로는 포스트잇이나 양말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무작위로 고른 물건 위에 그림을 덧입혀 작가가 상상한 장면을 완성합니다. 몇 개의 선과 면이 더해졌을 뿐인데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죠.

선데이 스케치 시리즈
이미지 출처: 크리스토프 니만 공식 인스타그램
선데이 스케치 시리즈
이미지 출처: 크리스토프 니만 공식 인스타그램

그는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작품의 이면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한 기나긴 관찰과 인내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림을 보고 있자면, 실눈을 뜨고 잔뜩 이마를 찌푸리며 장면을 상상하는 그의 모습이 함께 겹치는 것 같습니다.


WEBSITE : 크리스토프 니만
INSTAGRAM : @abstractsunday


두디 벤 시몬

두디 벤 시몬 작품
이미지 출처: 두디 벤 시몬 공식 인스타그램

크리스토프 니만이 스케치를 더해 작품을 완성한다면, 두디 벤 시몬은 사진과 물건의 절묘한 배치로 장면을 만듭니다. 가느다란 당근은 버켄스탁 샌들 속에 담겨 사람의 발이 되고, 반쪽만 남은 레몬은 노란색 패딩 점퍼의 모자로 변신합니다. 꼭 맞는 비례와 크기로 만난 사물과 사진은 원래 이런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하나의 작품처럼 어우러집니다.

두디 벤 시몬 작품
이미지 출처: 두디 벤 시몬 공식 인스타그램
두디 벤 시몬 작품
이미지 출처: 두디 벤 시몬 공식 인스타그램

두디 벤 시몬은 텔아비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아티스트입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일종의 ‘레디메이드’라 표현하는데요.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예술품으로 지칭하자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것처럼, 일상의 물건을 원래의 문맥에서 분리하여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죠. 그의 주변에서 발견한 요소가 스타일링과 촬영을 거쳐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하는지, 함께 따라가 보세요.


INSTAGRAM : @dudibensimon


데이비드 진

데이비드 진 작품
이미지 출처: 데이비드 진 공식 인스타그램

데이비드 진은 분필과 목탄으로 작업하는 미국의 스트리트 아티스트입니다. 그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길가의 보도블록이나 맨홀 뚜껑, 벽돌의 틈새처럼 대개는 바닥에 있습니다. 그는 학창 시절,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 바닥을 자주 보다 지금과 같은 캐릭터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거리 속에 입체적으로 내려앉은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 이웃집 토토로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미지의 세계로 데려갈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데이비드 진 작품
이미지 출처: 데이비드 진 공식 인스타그램
데이비드 진 작품
이미지 출처: 데이비드 진 공식 인스타그램

그림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는 눈알이 뻗어 나와 있는 녹색 괴물인 슬러고Sluggo와 날개 달린 돼지 Philomena입니다. 이들 캐릭터는 야외에 분필로 그려지기 때문에 비가 내리면 금세 씻겨 내려 가버립니다. 찰나의 순간만 존재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죠.

데이비드 진의 그림은 미시간주의 보도에 주로 나타나지만, 뉴욕 맨해튼의 지하철 승강장, 스웨덴의 마을 광장, 대만의 길모퉁이에서도 등장했다고 해요. 언젠가 서울의 길가에서도 반가운 캐릭터를 발견할 날이 오기를 고대해 봅니다.


WEBSITE : 데이비드 진
INSTAGRAM : @davidzinn


오늘 소개한 작가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지만, 주변의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도 매일 스치는 장면을 새롭게 발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말처럼, 삶의 순간이 더욱 아름다워질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Picture of 정경화

정경화

낮에도, 밤에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5년 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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