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번역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책 3권

번역은 이미 삶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음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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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거나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문장이 떠오릅니다. 같은 대상을 마주한다고 해도, 우리는 각자만의 언어로 그것을 해석하고 자신만의 답을 완성합니다. 일상에서 ‘번역’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볼 이유는 여기서 비롯됩니다. 특정 언어의 글을 다른 언어의 글로 옮긴다는 의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우리는 이미 넓은 의미에서의 번역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일상에 자리하고 있는 번역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 세 권을 소개합니다.


『번역하는 마음』

『번역하는 마음』
이미지 출처: 제철소

그럼에도 세상은 끊임없이 번역을 한다. 오늘 점심에 디저트로 먹은 과자의 성분은 5개 국어로 적혀 있고, 잠들기 전에는 세계 30여 개 언어로 번역된 작품의 한국어판을 읽는다. 엄마는 아기의 울음소리만 듣고도 새 기저귀를 준비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라는 상사의 말에 직원은 보고서의 분량을 3분의 2로 줄인다. “자니?”라는 누군가의 문자를 덮어두지 못하는 이유도, “비가 오려나”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무릎을 걱정하는 이유도 우리가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번역했기 때문이다. 세상은 수많은 번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_서라미, 『번역하는 마음』

다양함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세계는 넓어지고, 그 안의 풍경은 선명해집니다. 번역이 글뿐만 아니라 말, 손짓, 기호도 포괄한다는 사실을 독자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번역하는 마음』은 어떠한 언어를 또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이들을 조명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언어는 글자나 음성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책은 종이에 찍힌 점자, 누군가의 시야 속에서 움직이는 두 손,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언어를 다루고 있지요. 수어 통역사, 배구 통번역사, 악보를 점자로 옮기는 음악 점역사 등 10인의 인터뷰이가 이야기하는 번역 또한 그야말로 십인십색입니다. 이 책의 끝에서 ‘번역’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장면이 풍성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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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한문 수업』

『나의 첫 한문 수업』
이미지 출처: 책과이음

어떤 책이든 일정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그 시대를 살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쓰기 때문에 저자가 살았던 시대를 알지 못한다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_임자헌, 『나의 첫 한문 수업』

하나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아주 많은 것이 필요했다. 그러니 계속 공부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_임자헌, 『나의 첫 한문 수업』

책 한 권, 그림 한 점, 노래 한 곡, 사람 한 명. 살면서 마주하는 대상들이 어떤 맥락을 지니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우리가 접하는 모든 존재는 저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그 안의 거대한 세계에 호기심을 갖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하나의 언어를 공부하는 과정. 그리고 어떠한 존재가 지닌 고유한 이야기를 살피고 이해하는 과정. 이 둘이 서로 궤를 같이한다는 것을 『나의 첫 한문 수업』은 보여줍니다.

타자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 자신이 출력하는 언어의 해상도를 높이고자 할 때에 행해야 될 노력, 그리고 그 노력의 과정에서 벽을 마주할 때 취해야 할 자세. 우리는 이들에 대해 나름대로 답을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자신만의 언어로 완성해서 언제나 지니고 있어야 하지요. 『나의 첫 한문 수업』은 답을 완성하는 데에 필요한 실마리를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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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이미지 출처: 문학동네

번역은 원문의 언어가 번역의 언어를 만나 완전한 언어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_정영목,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하나의 언어를 또 다른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란 그야말로 선택의 연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언어 간에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표현을 채택할지 고민하고, 끝끝내 결정하는 것. 이는 어떠한 콘텐츠로부터 자신만의 언어로 이뤄진 해석을 끌어내는 이들이 겪는 일련의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는 수십 년간 번역을 업으로 삼아온 번역가 정영목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이 책의 중심에는 번역이라는 일에 대한 저자의 성찰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저자가 200권이 넘는 책들을 번역하며 다져온 생각들은 번역가뿐만 아니라, 타자와의 상호작용에서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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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접하며 무심코 떠오른 생각을 붙잡고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그저 문장 하나, 장면 하나로만 여기고 넘기기에는 그 안에 담겨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떠올린 그 생각은, 개개인만의 맥락에서 피어난 상상력이 고유의 언어와 만나 완성된 결과물이니까요. 이미 삶 곳곳에 자리하고 있던 번역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사유는 풍성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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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

파란 하늘처럼 청명한 힘을 글과 사진에 담고자 하는 사람.
콘텐츠가 선사하는 영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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