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위기와
영화의 본질

영화 예술은
재정의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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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이 위태롭다. 영화 산업의 선두에 있는 CJ CGV가 지난 6월 자신의 몸집보다 큰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영화관의 위기가 결국 가시화됐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경제계에 미친 1차 충격과 함께 문화계에서도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영화관이 처한 현실

영화관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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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의 결단은 불가피해 보였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연구보고서인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2022년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 1602억원, 전체 관객수는 1억 1281만 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골이 깊었던 전년과 대비해서는 분명 상승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022년 전체 매출액은 2019년의 기록에서 약 40%가 감소했고, 전체 관객 수는 2019년의 50%에 그친 반토막에 불과했다. 물론 2022년에 나타난 수치만을 두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더디긴 해도 차츰 회복세의 흐름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터. 단 이른 감이 있는 현재의 자금 확충은, 팬데믹 이후 극장 운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세 차례에 걸쳐 영화 관람 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한 조치마저 무색할 정도로 악화한 재무 구조를 인정하는 격이 된 게 아닌지 묻게 한다. 나아가 궁금해진다. 영화관의 내리막은 곧 영화 산업의 내리막과 동의어가 될 것인가. 영화관이 처한 현실을 짚어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가닿게 된다.


나홀로 영화관과 편집본의 영향

다양한 OTT서비스 _ 디즈니 플러스, 에플티비, 넷플릭스, 프라임 비디
이미지 출처: Unsplash

영화관이 고전하는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된다. 영화관에 찾아가는 시간을 덜어주는 OTT 서비스의 등장이 역시 주요하게 언급된다. 영화 산업 시장 비중에서 2019년 26.8%에 불과했던 OTT 서비스가 2020년에는 단숨에 60%를 차지했다. 2022년에도 그 영향력은 크게 줄지 않았다. 대중들에게 소위 관성이란 게 생긴 셈이다. 강제적으로 경험한 ‘나홀로 영화관’은 2~3년 사이 어느새 익숙한 조건이 됐고 영화 관람 습관을 형성했다. 우리는 굳이 영화관에 갈 이유가 없어졌다. 이렇듯 OTT가 영화관 가는 시간을 단축한다면, 각종 동영상 플랫폼은 영화의 러닝 타임마저 축약하는 편집본의 장이 되어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줄거리 자체에 집중해 사건의 전개를 단 10~20분으로 요약한 영상이 생산되자 꼭 2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영화를 본 기분’을 만든다. 이쯤에서 영화의 본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역사가 의미하는 것

조르주 멜리에스, <달세계 여행>
조르주 멜리에스, <달세계 여행>, 이미지 출처: The Movie Database

‘나홀로 영화를 소비하는 패턴’, ‘줄거리만으로 영화를 수용하는 패턴’이 진정 영화 예술을 이해하는 태도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과정은 우리를 영화의 원년까지 거슬러 가도록 한다.

널리 알려졌듯 영화의 시작은 1895년으로 삼는다. 뤼미에르 형제가 12월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 카페에서 대중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상영회를 연 때다. 이 순간이 기준이 된 건 공동체 상영이라는 방식이 크게 작용했다. 뤼미에르 형제가 발명한 시네마토그래프라는 영사기 겸 영화 촬영기는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여 영상을 관람하는 기계였다. 그보다 앞서 발명왕 에디슨이 키네토스코프라는 영상 관람 장치를 선보였지만, 영화의 역사에서 배제된 건 한 번에 한 명의 관객만 관람할 수 있다는 한계 때문이었다. 영화 산업적으로 대중 상영의 형태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생활상을 기록하는 의미로서 출발한 영화 예술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오락성을 추구하는 극영화를 만드는 시도로 다시 도약하며 조금 더 복잡다단해진다. 극영화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조르주 멜리에스는 컷 편집이 만들어내는 영화 특유의 문법을 발명하고 이야기 전개 이상의 가치를 영화에 녹였다. 페이드 인, 페이드 아웃, 이미지를 합성하는 매트 기법 등 오늘날 특수효과의 시초가 되는 영화 기법들을 고안한 것이다. 이를 반영해서 1902년에 개봉한 <달세계 여행>은 최초의 SF 영화로도 인정받는다. 영화의 태동은 기승전결의 스토리만이 영화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설명한다.


전환되는 영화계 국면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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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에게 되돌아온 질문. 그렇다면 영화관을 가지 않는 시대, 짧은 영화 요약본을 누리는 시대에 과연 영화란 무엇인가? 눈 앞에 펼쳐진 현상을 비판만 할 수는 없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22년 영화산업 결산을 통해 그라운드를 조망하는 지표에 변화를 모색할 때가 됐다는 자성의 메시지를 담기도 했다. 130여년의 시간 속에서 발전한 영화 예술이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서는 변곡점에 이른지도 모른다. 영화를 재정의해야 하는지, 혹은 흔들림 없이 영화의 순수성을 보전한 작업이 더욱 주목받아야 하는지 방향의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영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질문이 영화의 다음 국면을 풍부하게 하는 동력이 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거장 감독 중 한 명인 마틴 스콜세지가 2019년 촉발한 영화계 논쟁이 예사롭지 않게 떠오르기도 한다. 그는 마블을 위시한 각종 히어로 영화, 시리즈 영화를 두고 “영화관이 놀이공원 영화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다”고 비판해 논란을 일으켰는데, 극장 상영을 포함해 영화문화 전반이나 작품 등 추상성을 담는 ‘시네마(cinema)’로서의 영화와 영화 제작 기술이나 매체로서 물질성을 담는 ‘필름(film)’으로서의 영화를 구분하기에 가능했던 발언이었다. 발언이 옳고 그름을 떠나 영화의 층위를 세분화하는 태도만큼은 그 다양성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건강한 논쟁이 필요한 시대다.

  • [KOFIC 연구 2023-03]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영화진흥위원회(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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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가장 보편적인 일상의 단면에서 철학하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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