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수집하는 물건이 있나요? 이 질문을 시네필, 즉 영화 팬들에게 한다면 한결같은 대답을 듣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영화와 관련된 각종 굿즈를 모은다”고 말이죠. 우리는 보통 여행, 전시 등을 다녀와 이를 기념하는 물건을 사곤 합니다. 영화 굿즈 또한 같은 맥락에 있는데요. 이를 조금 더 특별하게 하는 건 화면 속 만질 수 없는 영상 매체가 두 손에 잡히는 형태로 재탄생한다는 점입니다. 감상의 영역에 있던 것을 소유의 세계로 끌어당기는 작업은 분명 남다르죠. 오늘날 영화 굿즈는 엽서, 포스터에서부터 배지, 키링, 영화 속 상징물로까지 뻗어나가며 수집가들을 들썩이게 합니다. 늘어나는 인기에 힘입어 최근 영화관에선 시그니처 디자인 티켓을 증정하기도 해요. 영화의 감동을 일상에서 보고 만지는 즐거움. 3가지 디자인 스튜디오와 영화관별 기념 티켓을 비교해 가며 탐구해 봅시다.
시네핀하우스
시네핀하우스는 ‘영화를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는 멋진 문구와 함께 운영되는 굿즈 스튜디오입니다. 올해 5주년을 맞이하기도 했죠. ‘핀’이란 이름과 로고에서 배지가 연상되지만 이뿐 아닌 다양한 물건들을 만든답니다. 영화 ‘기생충’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아볼 배지들, 영화 ‘미나리’ 속 요소를 활용한 굿즈 패키지 등 하나하나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영화 굿즈와 함께 촬영된 스톱모션이 나오는데요. 시네핀하우스의 대표 작업물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니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또각
최근 ‘토끼리’에서 사명을 변경한 ‘또각’은 위트 넘치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스튜디오입니다. 특히 말풍선과 일러스트를 섞어 만든 뱃지는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져요. 지난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굿즈 중 하나였던 ‘영화 너무 잘봤구요’ 배지는 GV에서 늘 마주치는 이들을 빼다 박은 모습에 영화 팬들 사이 소소한 화제였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와 함께 한 기획물에는 특유의 재기발랄한 인디 감성이 진득이 묻어나고요. 동시에 재치를 쏙 뺀, 눈이 휘둥그레지는 작업물이 공존하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볼 때면 또각의 다음 작품을 절로 기대하게 됩니다.
딴짓의 세상
이름부터 재미난 디자인 스튜디오, ‘딴짓의 세상’은 가장 잘 알려진 굿즈 제작사 중 하나입니다. 영화 속 디테일을 생생히 살린 결과물로 늘 덕후들에게 진한 감탄을 선사하는 곳이죠.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굿즈인 ‘내가 만든 부국제 배지’로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27종의 배지와 3장의 배경지를 조합해 나만의 세트를 완성한다는 기획이 무척 매력적이었답니다. 그 밖에도 양조위 스페셜 패키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한정 굿즈 등은 그 자체로 작품에 가까워 시각적 영감이 전달되고요. 간헐적으로는 영화 관련 독립출판물까지 선보이며 ‘열일’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시는 듯합니다.
영화관에서 만나는 기념 티켓
1) 메가박스
최근 영화관에서는 해당 영화를 보면 기념 티켓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OTT, 유튜브 등과 함께 하는 미디어 경쟁 속 관객 유치를 위해 꺼낸 묘수의 일종인데요. 그 원조는 바로 메가박스의 오리지널 티켓입니다. 그때그때 영화 컨셉에 맞춘 디자인과 홀로그램 등 섬세한 추가 가공까지, 그야말로 영화 덕후들의 심장을 부여잡게 만들죠. 이 기세에 힘입어 메가박스는 ‘미니 시네마’란 이미지 영사기를 신규 굿즈로 출시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수령하는 무비칩을 기계에 꽂아 사용하는 형태인데, 아직 티켓만큼 반응이 뜨겁지 않아 조금은 지켜봐야겠습니다.
2) CGV
메가박스에 오리지널 티켓이 있다면 CGV엔 ‘필름마크’가 있습니다. 주요 스틸컷을 조합해 필름 디자인의 4컷 프레임으로 만들었어요. 실제 필름처럼 반투명한 재질과 영화마다 다른 홀더가 매력적입니다. 최근 CGV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로운 티켓 형태 굿즈인 That’s The Ticket(TTT) 출시를 발표했어요. ‘천박사의 퇴마연구소’와 ‘거미집’, ‘1947 보스톤’으로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3) 롯데시네마
롯데시네마는 ‘시그니처 아트카드’란 기념품을 증정하고 있습니다. 앞선 두 영화관과 달리 엽서 형태에 가까운 것이 특징인데요. 미니 포스터를 소장하는 느낌이라 공간 꾸미기에 사용하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양면이 다른 디자인이라 지루하지 않을 것 같고요.
INSTAGRAM : @lottecinema_official
4) 씨네Q
수집가들에게 새로운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있습니다. 작지만 알찬 멀티플렉스 극장 씨네Q입니다. ‘스페셜 티켓’이란 이름의 굿즈는 옛날 영화 티켓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영화 굿즈 수집가들의 세상을 엿보며, 수집각을 세워보았습니다. 먼저 소개한 스튜디오들의 제작 굿즈는 보통 영화 제작/배급사에서 의뢰해 상영 이벤트를 통해 증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받고 싶다면 제작/배급사의 인스타그램을 눈여겨보는 것이 도움이 되실 거예요. 영화관 티켓의 경우 모든 개봉 영화가 다 증정 대상인 것은 아니기에, 인스타그램을 미리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모든 영화관이 보고싶은 영화의 티켓을 만들었다면 어느 디자인이 가장 취향에 맞는지 따져봐도 재미있겠죠? 그럼 우리 모두 행복한 수집, 덕후 생활합시다. 영화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