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카페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곳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거나, 누군가와 대화하러, 또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카페를 갑니다. 접하는 메뉴도 새롭지만은 않습니다. 그때그때 끌리는 커피 메뉴나 주스, 에이드류를 마시곤 하죠. 지금 소개하는 다섯 곳은 조금 다릅니다. 늘 접하는 카페 음료보다 색다른 것들이 마련되어 있거든요. 익숙함에 속아 음료계의 취향 확장을 게을리했다면 이곳에서 다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 곳곳에 위치한 다채로운 음료 가게들을 모아봤습니다.
퍼멘츠
몇 년 새 콤부차는 꽤 친숙한 음료로 우리 곁에 자리한 것 같습니다. 용산에 위치한 퍼멘츠는 자체 콤부차 브랜드를 운영하며 다양한 비건 음식을 함께 선보이는 카페입니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페페 콤부차’는 차, 물, 당분, 스코비(박테리아와 효모의 공생체)란 네 가지 천연 재료를 사용해 만든다고 해요. 캔을 따서 맛보면 ‘자연 발효 탄산음료’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청량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탄산감과 은은한 단맛이 느껴집니다. 여기 퍼멘츠의 음식은 콤부차만큼이나 매력적인데요. 토마토 후무스, 팔라펠 버거 등 식물성 재료를 발효해 만든 각종 메뉴는 비건식에 대한 편견을 날려주고도 남을 맛이니 꼭 시도해 보시길 권할게요.
마야마야 북 & 라이프 카페
서울숲 초입의 마야마야 카페는 북적북적한 뚝섬과 성수에 지친 모두에게 싱그러운 휴식을 선사할 장소입니다. 이곳에선 ‘마테소다’라는 특별한 메뉴를 만나볼 수 있어요. 우리가 ‘태양의 마테차’란 기성 음료를 통해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마테차를 수제로 만들어 판매합니다. 마테차는 남미 지역에서 주로 나는 식물인 마테 잎을 활용한 음료로, 마테인이란 성분이 들어있다고 하는데요. 마야마야에서는 이를 ‘기분 좋은 각성’이 필요할 때 커피 대신 찾으면 좋은 음료라 소개합니다. 직접 재배한 세이지 잎을 가니시로 올리는 것까지, 어쩌면 마테소다로부터 느껴지는 각성감은 이 향기 나는 정성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지대방
요즘의 인사동 거리를 거닐어보셨나요? 파릇한 젊은 층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 들뜬 표정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데 모인 풍경이 생동감을 자아냅니다. 전통찻집 지대방은 무려 1982년도에 문을 연, 인사동 찻집 중에서도 터줏대감과도 같은 가게인데요. 지대방이란 이름은 절에서 승려들이 휴식을 취하는 작은 방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가게 내부는 유독 아늑하고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지대방에선 다양한 전통 차를 맛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필자는 진한 차를 좋아하는 분께 대추차를, 전통 차 초심자에겐 달달한 돌복숭아차를 추천합니다. ‘희망을 품고자 할 때는 차 한 잔을 앞에 두어라’는 지대방의 메시지, 맛을 본다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높은산
복잡한 성수동에 위치했지만 중심이 되는 카페 거리에선 멀찍이 떨어진 것이 꼭 정말 ‘높은산’ 같습니다. 이곳은 인도식 밀크티인 짜이를 파는 가게입니다. 짜이는 향신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처음엔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금세 생각나는 매력을 갖춘 음료예요. 필자는 일전에 인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맛이 그리워 한국에서도 짜이를 파는 곳을 찾곤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방문한 높은산에서 무척 좋아했던 ‘사프란 짜이’를 판매하는 걸 발견하고 내적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처음 짜이를 맛본다면 기본 마살라 짜이를 시도해 보고, 다른 메뉴로 찬찬히 손을 뻗어 취향을 넓혀보세요. 추천 메뉴는 럼짜이, 인도 술이 들어가 쌀쌀한 이 계절에 특히나 어울립니다.
TWG 성수낙낙점
티를 즐겨 마시지 않는 분이라도 TWG는 아마 익히 들으셨겠죠. 싱가포르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티 브랜드로,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수백 가지에 달하는 티 종류로 유명합니다. 한국엔 5개 매장이 들어서 있는데, 그중에서도 올해 4월에 오픈한 성수낙낙점을 추천합니다. 유일하게 다이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 더욱 특별하기 때문이죠. 이곳의 샐러드와 스테이크 등의 메뉴엔 모두 티 베이스를 이용한 요소가 하나씩 활용되어 조화를 이루어요. 마치 “티 하우스의 다이닝이란 이래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TWG의 차와 함께 디저트까지 한자리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답니다.
조금은 거창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어볼까요? 우리는 끊임없이 취향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비단 이미 취향에 맞는 음료와 커피에 정착했다 해도, 언제나 미지의 영역은 남아있기 마련이거든요. 물론 세상 모든 음료를 향한 비장한 정복욕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습니다. 애정 어린 호기심을 잃지 않고, 언제든 새로움에 기꺼이 사로잡힐 준비를 한다면 충분해요. 그런 마음가짐이 우릴 또 다른 취향의 세계로 데려다줄 겁니다. 도전하지 않고 ‘늘 먹던 거’만 외치기엔 세상은 아직 놀라움으로 가득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