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는 건
알콜만이 아니잖아요

논알콜 큐레이션 플랫폼
마켓노드 김소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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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사회생활의 척도를 결정짓는 우리 사회에서, 술을 못한다는 건 자주 ‘배제됨’을 의미하곤 합니다. 마켓노드 김소희 대표 역시 주로 배제되는 사람이었죠. 그러다 억지로 술을 마셔보고, 그마저도 안되면 술 대신 탄산음료로 함께 건배하곤 했지만, 그것이 소속감을 선사하지 못했다고 그는 말합니다. 오히려 건강을 잃었을 뿐이죠.

논알콜/무알콜 큐레이션 플랫폼을 전개하는 그는 건강이나 숙취 없는 아침을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양성과 선택권, 배려와 존중을 강조하기로 다짐했죠. 누구도 술자리에서 약자가 되지 않는 세상, 논알콜/무알콜 음료 역시 하나의 주류 문화로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김소희 대표를, 크리스마스가 막 지난날의 오후,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인터뷰어 김도아
인터뷰이 마켓노드 김소희 대표
사진 제공 마켓노드


만남이 잦아지는 요즘이 가장 바쁠 시기일 것 같아요. 특별한 계획 있으셨나요?

본격적인 계획은 없어요. 대신 고민이 좀 많은 시기인 것 같아요. 식당에서도 논알콜 음료를 보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듣고 있거든요. 마켓노드도 궁극적인 방향성은 언제 어디서든 논알콜을 쉽게 마실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거니까, 그걸 어떻게 살릴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마켓노드 생각뿐이시군요. 마켓노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마켓노드는 논알콜, 무알콜 큐레이션 플랫폼이에요. 논알콜, 무알콜 음료를 판매하고 그에 기반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켓노드가 제안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어떤 건가요?

기존 우리 사회에선 무알콜 음료가 낯설게 느껴졌다면, 이제는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로 바꾸려고 해요.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게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기 위해 논알콜이나 무알콜 관련 콘텐츠도 다양하게 발행하고 있고, 오프라인에서도 접하실 수 있게 준비하고 있어요.

마켓노드

소희 님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때요?

저는 나다운 게 중요한 사람이에요. 그게 마켓노드랑 연결이 되는 것 같은데, ‘나다운 게 뭘까’나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라는 질문이 지금껏 살아온 제 인생의 제일 큰 화두였어요. 잘 모르겠지만, 제일 중요한 주제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이리저리 갈대처럼 흔들리다가도 나만의 기준으로 바로 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을 때, 술을 마시고 싶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요. 지금까지는 그럴 수 없는 환경에 있었다 보니까, 저와 같은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마켓노드를 이끌고 있어요.

‘그럴 수 없는 환경’ 이라면요?

저는 제가 술을 되게 잘 마실 줄 알았어요. 그러다 대학생 때 처음 술을 접하고, 제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죠. 당시에 대학 생활에서 술자리란 건 어떤 커뮤니티에 속하는 정말 중요한 요소였어요. 술을 마셔야만 했으니까, 높은 도수의 술도 그냥 막 마셨죠. 근데 술만 마시면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거예요. 저는 알콜에 예민한 사람이었던 거죠. 그다음부턴 의식적으로 술을 조절했는데, 그때부터 불편함이 생겼어요. 술자리에 가면 저는 이상한 사람인 거예요.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이유로 약자가 되더라고요. 탄산음료를 시켜서 건배하더라도, 술을 마시는 이들한테 저는 함께 즐기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니까 건강은 건강대로 나빠지고요. 결국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이 대부분이네요. 과거의 음주 문화는 그랬던 것 같아요. 개인의 의사 표현보다는 단체의 즐거움이 더 중요했었죠.

저도 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건 좋아해요. 내가 먹고 싶은 만큼 마시고 멈출 수 있잖아요. 그런데 술자리는 길어요. 3차, 4차까지 갈 때도 있고요. 저는 그렇게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데, 술 대신 다른 걸로 함께 하자니 좋은 대안이 부재했던 거죠.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 있었나요?

코로나 때 한국에 논알콜 음료가 많이 소개됐어요. 사적 모임을 규제할 때라, 친구들 집에서 자주 만났죠. 그럴 때마다 논알콜 음료를 사갔어요. 마침 대형 브랜드에서 한참 논알콜 음료를 출시하고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아직 논알콜 음료가 낯설 때였어요. 제가 논알콜 음료를 꺼내면, 친구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죠. 저는 논알콜도 하나의 주종처럼 자연스럽게 섞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됐어요. 게다가 편의점에서 파는 그 논알콜 음료들은 대부분 맛이 없어요. 온라인에서 괜찮은 논알콜 음료를 살 수는 있었지만 6캔, 12캔씩 묶음으로만 파는 데다 살 때마다 배송비가 붙으니까, 나중에는 술값보다 배송비가 더 많이 들더라고요. 맛과 유통상의 불편함을 이때 느낀 거죠.

불편함을 느낀 것과, 그걸 창업으로 잇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일이잖아요. 브랜드 론칭을 확신한 계기가 있나요?

음주 문화의 불편함과는 별개로 창업에 대한 욕구는 계속 있었어요. 제가 대기업에 다녔었는데, 입사할 때도 5년 안에 퇴사할 거라는 생각으로 입사했거든요. 회사 생활 자체가 창업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했어요. 계획했던 5년이 지났을 때 퇴사를 결심하고 1년 동안 휴직을 했어요. 휴직하긴 했는데, 무엇으로 창업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잖아요.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걸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어느 것에도 자신이 없었어요. 내가 이걸 정말 잘하나? 이걸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세상에 없나? 했을 때 아닐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아예 반대로 생각을 해봤거든요. 내가 싫어하는 걸 떠올려봤죠. 그렇게 해서 생각난 게 ‘불타는 고구마’였어요. 대학생 때 술만 마시면 얼굴이 빨개져서 내내 불타는 고구마라고 불렸거든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웃음) 그러면서 내가 싫어하는 걸 난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었지?를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논알콜을 시도해 왔더라고요. 그렇지만 여전히 불편함이 있었고 그럼 이걸 창업으로 이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거죠. 확신하게 된 순간을 물어보셨지만, 사실 확신을 못해서 빨리 런칭한 것 같아요. 100% 확신이란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확신을 기다리다가는 평생 못한다고 생각했었죠. 저보다 10년, 20년을 먼저 살아간 인생 선배들도 여전히 불안해하는데, 제가 뭐라고 100% 확신을 하나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불확실한 요소들은 앞으로 채워나가면 되니까.

확신 없이 시작하셨다고 했지만, 런칭 4달 만에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여주셨어요.

그 얘길 하면 다들 놀라더라고요. 온라인 플랫폼 런칭 이후 2달 만에 팝업을 결심했어요. 결심은 했는데, 막상 하려니까 너무 긴장된 상태였죠. 팝업을 2달 준비했으니까, 4개월 동안 온라인으로 고객을 만났던 거잖아요. 온라인으로 충분히 교류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오프라인으로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려고 하니까 너무 떨리는 거예요. 텍스트가 아니라 표정이나 말의 뉘앙스로 피드백을 받는다는 게, 어떤 반응들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졌어요.

마켓노드

그렇게 직접 받아본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엄청 시적인 표현을 해주신 분이 있었어요. 해외에서 지내다 오신 여성분이었는데, 테라스에 앉아서 마시던 와인 한 잔이 너무 그리웠대요. 마침 저희 팝업도 테라스 공간에서 열렸거든요. 바람이 느껴지는 테라스에 앉아서 논알콜을 마시고 있으니 그때 기억이 떠올라서 너무 행복했다는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그 기분을 드리기 위해 팝업을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엔 다들 쭈뼛쭈뼛 긴장한 얼굴인 게 눈에 보이거든요. 그러다가 조금씩 대화를 나눌수록 그 얼굴에 편안함이 보이고, 그러다 행복한 웃음이 보여요. 그 얼굴들을 보는 게 너무 좋았어요.

보통 목적이 없는 만남엔 술이 있고, 술이 없는 만남엔 목적이 있죠. 낯선 이들이 목적도, 술도 없는 공간에 모인다는 것은 꽤 생소한 경험인 것 같아요. 어색함을 풀어줄 취기 없이 타인을 마주하는 것엔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고요.

저는 알콜 음료와 논알콜 음료가 하는 역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술의 맛과 향 자체를 좋아하시거나 술이 이끌어내는 드라마틱한 기분 변화를 즐기시는 것 같고, 그에 비해 논알콜은 분위기나 대화를 좀 더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술처럼 단독으로 마시는 것도 좋지만 음식과 어울렸을 때, 중요한 대화를 나눌 때, 상대에게 좀 더 집중하고 싶을 때 더 좋죠. 저는 그걸 섬세함이라고 표현하는데, 상대의 눈빛이나 표정, 말투를 좀 더 또렷하게 보게 되니까, 술을 마시면서 할 수 있는 대화보다 풍성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술이 주는 분위기는 놓치지 않으면서, 대화에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느낌이랄까요? 알콜이 없으니까 오히려 깔끔하고 담백한 자리가 만들어져요. 술 힘에 기대어서 용기를 내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호기심을 갖고 그렇게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분명 논알콜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문화나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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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 님이 논알콜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지는데요. 팝업 스토어에서 요리도 전부 직접 준비하셨다고 들었어요. 소희 님이 특별히 추천하는 논알콜 페어링 레시피가 궁금합니다.

먼 길 오시는 거니까, 모든 걸 다 쏟아부어서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토마토 마리네이드랑 감자샐러드를 만들었는데 그냥 감자에 마요네즈를 섞을까? 하다가 그렇게 안 하고, 감자 하나하나 다 체에 거르고 생크림 섞고 하면서 전완근이 커졌어요. (웃음) 추천하는 레시피는… 오늘 점심에 해먹은 바질 페스토 파스타가 진짜 쉬운데 맛있는 조합이거든요. 버터에 칵테일 새우를 굽고, 미리 삶아놓은 파스타 면과 함께 바질 페스토 소스에 비비면 논알콜 와인이랑 같이 먹기 좋은 한 상이 뚝딱 차려져요. 거기에 샐러드 한 팩 얹으면 끝이에요. 완전 간단하죠?

바질 페스토 파스타… 오늘 제가 시도해 볼게요. 마침 얼마 전 마켓노드에서 구매한 논알콜 와인이 있거든요. 와인은 공부가 필요한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어려워하는 편이지만, 마켓노드의 ‘큐레이션 레터’를 보며 쉽게 고를 수 있었어요. 어떤 기후에서 자란 포도인지, 어떤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은지, 어떤 상황에서 먹으면 좋은지가 친절하게 적혀있어 마구 호기심이 들더라고요.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한테도 똑같아요. 와인, 위스키가 너무 전문가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맛의 선호도는 개인마다 주관적이잖아요. 저희 상세페이지에는 이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언제 즐기면 좋을지를 이야기로 풀어내려고 해요. 어느 정도 객관적일 필요가 있으니 탄닌감, 당도, 산도, 바디감이란 단어를 쓰긴 하지만 정말 최소한으로만 쓰려고 노력해요. 논알콜이나 무알콜은 아직 낯선 영역이잖아요. 그럴수록 우리가 더 친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어려운 용어는 자제하고 애정과 진심, 친절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마켓노드가 들여오는 제품엔 어떤 기준이 있어요?

일단 맛있어야 해요. 저희가 내부적으로 시음을 직접 해보고, 서로가 내린 평가를 비교해 보면서 일차적으로 걸러요. 오히려 술을 모르니까 틀에 박힌 기준으로 평가하진 않으려고 하죠.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그게 전문가의 평이랑 얼마나 비슷한지를 역으로 따져보며 접근하고 있어요. 다른 기준은 브랜드나 수입사의 지향점이에요. 저희의 거래처 중엔 술을 제조하는 브랜드도 있고, 또 수입사도 있거든요. 브랜드 자체가 아무리 좋은 가치관을 지니고 있어도, 수입사가 그것과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으면 절대 이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브랜드와 수입사의 지향점을 둘 다 따져요. 논알콜, 무알콜을 시장의 트렌드라고 생각해서 마구잡이로 들이는 곳들이 꽤 많은데, 그런 곳은 진행을 안 해요. 마지막으론 성분을 보는데, 한국에 들어오는 술들은 워낙 수입 통관이 까다로운 편이라서 유해한 성분이 없는지 정도를 확인하죠. 이렇게 해야지 저희도 소비자의 언어로 제품을 소개하기 쉬운 것 같아요. 이야기가 없는 제품은 어차피 들여와도 잘 안 팔리기도 해요.

마켓노드

특히 반응이 좋은 이야기가 있나요?

논알콜, 무알콜 음료가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를 궁금해하는 분이 많아요. 와인을 만들고 난 뒤에 알콜을 낮은 온도에서 증발시켜서 없애는 경우도 있고, 물리적인 원리를 활용해서 알콜을 증발시키는 방법도 있는데 주로 그런 원리를 흥미로워하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낯선 분야라서 그렇겠죠.

낯선 분야인 만큼 논알콜, 무알콜을 향한 오해도 많을 것 같아요.

맛없다! 보통 맛없다고 오해하시는 경우가 많죠. 대기업에서 선보였던 논알콜 음료들이 그런 편견을 만든 것 같아요. 근데 진짜 맛이 없거든요. 그건 어쩔 수 없이 논알콜 음료가 더 흔해져야지만 깨질 것 같아요. 그리고 신기했던 편견도 있는데, 논알콜이나 무알콜 음료는 알콜 음료에서 뭔갈 제거한 거니까 가격도 더 저렴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종종 있더라고요.

마켓노드로 인해 편견 깨진 적은요?

최근에 들은 소식이 있어요. 오십 대 초반쯤 된 남성분이신데, 제가 마켓노드 런칭하기 전 무알콜 큐레이션 플랫폼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 맛도 없고, 시장도 작은데 그걸 왜 하냐고 하셨던 분이에요. 그분이 얼마 전 저희 팝업 스토어에 오셨는데, 요즘 집에 논알콜 맥주를 쌓아두고 드신다는 거예요. 그분은 술을 정말 잘 드세요. 웬만하면 취하지 않으시는 분인데, 생각을 해보니까 그분이 술을 드시는 이유는 오로지 청량감 때문이더래요. 힘든 날 집에 와서 샤워하고 맥주 한 캔 뜯어 마시면 기분 좋잖아요. 그 기분을 위해 술을 마시는데, 그렇게 생각해 보니까 논알콜도 똑같이 청량감을 줄 수 있는데, 왜 몸에 안 좋은 알콜을 마시지? 그런 의문이 드셨대요. 그래서 이제는 집에 24캔 벌크로 사다두신다고 하더라고요. 오래 술을 즐겨오신 분의 생각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걸 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죠. 그런 걸 이루려면 계속해서 논알콜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요.

마켓노드는 단순 논알콜 큐레이션 플랫폼을 넘어서, 선택권과 다양성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저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알콜 음료를 마셔요.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술 한잔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단지 제가 하고 싶은 건 선택권을 넓혀주는 일이에요. 선택할 수 있고, 없고의 차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을 때도 어떤 날엔 초콜릿 맛이 먹고 싶고, 어떤 날엔 바닐라 맛이 먹고 싶은 것처럼 그때그때 욕구가 다르잖아요. 마찬가지로 어느 날엔 논알콜이 먹고 싶고, 어느 날엔 술을 먹고 싶고 그렇겠죠. 제가 논알콜을 큐레이션 한다고 해서 알콜을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누군가 알콜을 먹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면 속상할 것 같아요. 마시고 싶으면 마셔야죠. 저희가 제품을 소개할 때 건강해요, 숙취가 없어요, 이런 이야기를 안 하려는 이유도 그런 거예요. 그렇게 접근하면 알콜은 나쁘고, 논알콜은 좋다고 보여질 수도 있잖아요. 단지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 배려와 존중을 얘기하고 싶어요.

술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다양한 이유로 논알콜이 필요한 때가 있잖아요. 가령 운전을 한다거나, 약을 먹고 있다거나, 다음 날 이른 일정 때문에 부담이 될 때 최고의 대안이 될 것 같아요.

아까 말하지 못한 편견 중에 하나예요. 술을 못 마시는 사람만 논알콜을 먹는다고 생각하는 것. 그런데 논알콜이 필요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저희가 좋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죠.

마침 술 자리가 많아지는 시기잖아요. 소희 님의 연말, 연초 약속이 궁금합니다.

어제도 약속이 있었거든요. 특별한 날인만큼 당연히 알콜 음료도 마시죠. 대신 1차에 술을 마셨다면 2차는 논알콜로 마셔요. 즐거운 분위기는 놓치지 않으면서, 알콜은 조절하는거죠. 식당에 논알콜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멈추기도 하지만요.

브랜드를 런칭한 뒤에 보이는 변화가 있나요?

확실히 체감이 돼요. 아까 집에 24캔 벌크로 사다두신다는 분처럼 저희가 직접 받는 피드백도 있고, 좀 더 크게는 저희에게 먼저 러브콜을 주시는 F&B 매장들도 있고요. 저희가 시작한 지 8개월밖에 안 됐는데 요새는 식당에서 논알콜 음료가 조금씩 보여요. 저희가 처음 시작했을 시기만 해도 논알콜 메뉴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저희는 우리 덕 아닌가? 라고 생각하죠. 오만하게. (웃음)

마켓노드

개인적으로 느끼는 변화가 있다면요?

마음이 넓어졌어요. 그렇다고 대인배가 되었다는 뜻은 아니고, 제가 회사에 다닐 땐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 있었거든요. 그런데 논알콜은 정의 자체가 애매해요. 술이 아닌데 술이고, 국내 법상에서도 주류는 아니지만 성인용 음료예요. 경계에 있는 분야다 보니까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고객님들한테 설명할 때도 ‘알콜 음료긴 한데 얘는 알콜이 없고요, 얘는 조금 있고요’ 이런 식으로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많았죠. 거기서 배우는 것 같아요. 완벽하거나 정확히 분류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게 정답이 아닐지 몰라도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말고. 아니면 다시 하면 된다고요. 칼로 잘라서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들, 새롭게 정의를 내려야 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나름대로 스스로에 대한 넓은 아량이 생겼어요. 경쟁의식 없이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효능감도 높아요. 창업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음주 문화가 개인의 자유를 더 많이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여전히 ‘밥 한 끼 먹자’는 말보다 ‘술 한 잔 하자’는 말이 보다 친근한 표현처럼 느껴져요.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어요’라는 뜻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하고요.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알콜이 가진 의미였다면, 앞으로 ‘논알콜’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희가 그리는 미래에선 논알콜이 맥주, 소주, 와인, 막걸리와 같은 하나의 주종이 되길 바라요. 식당가서 너 무슨 술 마실거야? 물었을 때 난 논알콜!하고 대답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거예요. 그렇게 조금씩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어떤 태도로 알콜 또는 논알콜 음료를 소비해야 할까요?

모든 선택과 그로 인한 마음의 행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좋겠어요. 마셔야 된다는 부담감으로 마시거나, 마시지 않아야 된다는 압박감으로 마시지 않거나 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나의 선택으로, 그렇게 행복하게 알콜과 논알콜음료를 소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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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아

돌보지 않으면 바스라질 존재들을 오래 사유하고
다정히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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