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록 음악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습니다. 댄스, 힙합, 발라드로 가득했던 음원차트와 연말 공연에 밴드 실리카겔의 음악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축제를 비롯해 주요 음악 행사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데이식스, 이승윤, 터치드 등 다양한 록 음악을 들려주는 아티스트들이 소개됩니다. 탄탄한 팬덤을 확보한 이들은 연일 단독 공연을 매진시키며 한국 음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밴드를 중심으로 록 음악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문득 호기심이 듭니다.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는 어떤 록 밴드가 폭발적인 음악을 들려주고 있을까요? 아시아를 대표하는 록 페스티벌 중 하나인 섬머소닉의 헤드 라이너로 선정되며 전 세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 밴드, 모네스킨(Måneskin)을 소개합니다. 모네스킨은 과연 어떤 이야기와 음악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을까요?
록 스타가 돌아왔다
록 밴드라는 이름 하에 다양한 구성, 음악, 비주얼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청춘과 삶을 노래하는 밴드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처럼 변화하는 가운데 흔히 ‘록 스타’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점점 더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과거 록 스타는 반항적인 패션, 과격한 퍼포먼스, 거친 음악이 특징적이었습니다. 모네스킨은 이런 록 스타에 대한 향수를 충족시켜주는 도발적인 비주얼과 음악을 보여줍니다.
과감한 젠더리스 의상이 대표적입니다. 속이 모두 비치는 시스루부터 상의를 모두 탈의하기까지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입니다. 화려하고 도발적인 모습은 강렬한 퍼포먼스로 이어집니다. 마음 가는 대로 무대를 뛰어다니며 관객에게 소리 지르듯 음악을 토해내기도 하고, 취한 듯 음악에 심취해 악기를 연주합니다. 과거 1970년대 글램 록을 떠올리게 하는 파격적인 패션과 무대는 보는 이에게 강렬한 자극과 쾌감을 줍니다. 지루한 일상을 반으로 쪼개는 듯한 충격과 일탈의 짜릿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이처럼 과거 록 스타들에게 영감을 받아 세상에 반기를 드는 음악을 선사하지만, 실제로는 반전된 모습으로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과거 여러 록 밴드들은 마약, 불건전한 관계, 사생활 문제로 많은 논란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모네스킨은 이러한 논란과는 선을 그으며 비주얼과 퍼포먼스 면에서만 과거의 록에서 영향을 받아 표현합니다.
맹렬한 무대 위 모습과 달리 인터뷰에서는 나른한 말투와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사랑받습니다. 나아가 흑인과 여성 인권 집회에 참여한 경험을 공유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곡 ‘Gasoline’을 발매하기도 하며 밴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계의 주목을 받는 밴드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모네스킨은 이탈리아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들은 학창 시절 만나 밴드를 결성하고 과거의 음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음악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여러 버스킹과 공연 경험을 쌓으며 놀라운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7년 이탈리아 내 음악 경연 대회인 디 엑스 팩터 이탈리아 시즌 11에서 준우승한데 이어, 2021년 유럽에서 가장 대표적인 경연 대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도 우승을 거두며 실력과 인기를 입증합니다. 작년에는 그래미 어워드 신인상 후보에까지 이르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놀라운 점은 밴드 구성원이 모두 1999년에서 2001년생의 어린 나이라는 점입니다. 모네스킨을 음원이나 무대로 접한 후 나이를 들으면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앳된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과감하고 충격적인 의상, 도발적인 메시지, 능숙하게 무대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모네스킨이 이탈리아 밴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간 음악계 중심이 되었던 영어권이 아닌 이탈리아 아티스트가 처음으로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네스킨은 가사에 이탈리아어를 담고, 이탈리아인이라는 정체성을 표현하면서 그들만의 색을 완성시켰습니다.
모네스킨을 만나볼 시간
모네스킨의 독보적인 음악과 색채가 아직은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들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무대들을 추천합니다. 모네스킨의 이름을 널리 알린 커버 곡 ‘Beggin’ 무대는 틱톡과 릴스에서 역주행하며 뜨겁게 떠올랐습니다. 노래는 끊임없이 사랑의 손길을 건네주길 바라고 애원하는 것을 넘어 구걸에 이릅니다. The Four Seasons과 Frankie Valli가 부른 원곡은 시원한 가창과 로맨틱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면, 모네스킨은 집착에 가까운 사랑이 상상되게 합니다.
모네스킨이 해석한 또 다른 사랑의 이야기 ‘I Wanna Be Your Slave’입니다. 자극적인 제목처럼 노래는 나는 너의 노예가 되고 싶고, 너의 주인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나를 사랑하게 만든 다음 널 두고 떠나고 싶다고 말하며 무섭게 빠져드는 사랑의 중독적이고 위험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드럼과 보컬만으로 시작되는 도입부, 유사한 멜로디가 반복되는 중독성, 악기가 하나씩 쌓여가며 완성되는 음악이 매력적입니다.
모네스킨의 자신감과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Mammamia’입니다. 제목인 Mammamia가 하이라이트로 반복되면서 한 번만 들어도 따라 부르게 되는 중독성을 지닌 곡입니다. 특히 곡이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등장하는 ‘They ask me why I’m so hot, ‘cause I’m Italiano’라고 외치는 부분에서 이탈리아 밴드라는 그들의 자부심이 가득 느껴집니다.
강렬한 무대와 비주얼, 음악으로 쾌감을 선사하는 모네스킨의 음악을 만나보았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한국, 혹은 외국의 영어권 출신 아티스트의 음악을 넘어 이탈리아 밴드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습니다. 어린 에너지가 가득한 모네스킨이 앞으로 얼마나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됩니다. 가까운 어느 날 한국에서 모네스킨의 공연을 직접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 왓더뮤직 What the Music, 록스타의 세대 교체| 모네스킨(Måneskin) 이야기 (2024.05.04)
- Independent, Maneskin Q&A: ‘Our song Gasoline was inspired by Ukraine – we wanted to raise our voice for something meaningful’ (2022.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