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모든 기능과 시설이 편중된 과밀화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인데요. 작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서울과 경기도, 인천에 거주하는 비율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으로 약 2천 6백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일자리부터 인프라, 더 나아가 문화시설까지 모두 서울에 밀집되어 있다 보니 지역 간 불균형 문제는 오래전부터 대두되어 왔는데요. 단순히 정책과 법안만으로는 굳어진 사회 구조를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서울 밖에서 로컬 기반의 콘텐츠로 사람을 끌어모으며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인천 배다리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로컬 크리에이티브 기획사 ‘패치워크’인데요. 이들은 어떤 연유로 인천에 자리를 잡고 문화 예술 활동을 펼치게 되었을까요? 동네의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는 패치워크를 소개합니다.
동네의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다
패치워크는 인천 배다리라는 원도심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로컬 크리에이티브 기획사입니다. 일과 삶의 방식, 그리고 동네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제안하며 공간을 비롯한 문화 프로젝트를 만드는 브랜드이죠. 영어로 패치워크(patchwork)란 색상과 무늬, 크기가 각기 다른 천 조각을 하나로 이어 붙여 만드는 수공예 작업을 뜻하는데요. 이들은 오래된 골목 구석구석에서 발견한 개성 있는 면면과 이야기를 한데 모아 새롭게 해석하여 전달합니다. 사회가 말하는 정답보다는, 모두가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죠.
이들이 터를 잡은 배다리 지역의 이름은 과거 바닷물이 들어오는 수로를 통해 배가 드나들었다는 데에서 유래했는데요. 인천 역사와 문화의 모태라고 불릴 만큼 유서 깊은 동네로, 개항 이후 조선인들이 모이며 형성된 마을이자 독립운동을 펼친 지역이기도 합니다. 1960~70년대에는 헌책방 거리로 유명했고 지금까지도 ‘아벨서점’은 50년째 골목을 지켜오고 있죠. 잔잔하고 느리게 흘러가는 듯 보이는 배다리는 10년째 연극제가 개최되는 동네이며 최근에는 문화에술 거리로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하네요.
오직, 인천 배다리에서만
패치워크는 배다리 지역의 고유한 정서를 기반으로 오직 이곳에서만 경험 가능한 공간과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4층짜리 갈색 벽돌 건물에 층별로 자리 잡은 패치워크의 공간 3곳을 소개합니다.
1) 동양가배관
가배관은 과거 카페를 지칭하던 단어로, 개항기 지식인과 예술가가 모여 낯선 문화를 향유하고 신식 문물을 접하는 장소였다고 하는데요. 오늘날의 가배관을 지향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동양가배관은 ‘우리 곁의 아름다움’을 말하며 커피를 매개로 취향과 문화를 담는 공간을 운영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콘텐츠 제작부터 글쓰기, 도시 수집, 동네 산책 등 로컬 기반의 워크숍이 열리고 있죠.
INSTAGRAM : @dongyanggabaegwan
2) 프린트아웃
프린트아웃은 새로운 일과 삶의 방식을 실험하는 워크 & 커뮤니티 라운지입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와 작업을 표현하고 나누는 창작 실험실이죠. ‘인쇄하다, 출력하다’라는 뜻 그대로 스스로를 밖으로 꺼내보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는데요. 독립 출판 작가와 함께 진(zine)을 만들어 보거나, 일의 방향성을 확립할 수 있는 기획 워크숍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3) 코너룸
건물 4층에 위치한 작은 방 코너룸은 기획하는 사람을 위한 작업실이자 레퍼런스 라이브러리입니다. 섬세하게 큐레이션 한 도서와 필기구까지. 5가지 주제로 기획을 돕는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어 온전히 몰입하고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죠. 공간은 평일에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일상에서 벗어나 동양가배관에서 제공하는 커피 한잔과 함께 진공관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영감을 얻기 좋은 곳입니다.
예술과 로컬문화가 만나면
패치워크는 앞서 소개한 공간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와 함께 문화 프로젝트를 전개하는데요. F&B부터 독립 출판, 시각예술, 음악, 연극 등 폭넓은 장르와 로컬 문화를 하나로 엮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인천의 이야기를 맛으로 표현한 로컬 페어링 프로젝트 ‘인천 음미’부터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 방식이 특징인 독립 출판물 진(zine)을 전시하는 ‘abc zine project’를 진행해 왔죠. 작년 11월에는 이상하고 엉뚱한 책을 경험할 수 있는 ‘언노운(Unknown) 북 페스티벌’을 2주간 개최했는데요. 페스티벌은 연극부터 대담, 체험, 전시로 구성되었으며 책방과 동네를 탐방하는 투어 프로그램과 목공 체험 등의 행사도 함께 진행했다고 합니다.
올해 패치워크는 2024 배다리 공공예술 프로젝트 총괄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6월부터는 동양 가배관 로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역을 낯설게 경험하고 창작물을 만드는 로컬 창작 워크숍도 진행 중이며, 다가오는 가을에는 프로젝트 과정을 전시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WEBSITE : 패치워크
INSTAGRAM : @patchwork_baedari
‘우리의 일과 삶에는 더 많은 실험과 상상이 필요하다.’ 패치워크가 추구하는 방향성처럼, 모두가 똑같은 도시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은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요? 동네에 켜켜이 쌓인 시간과 역사를 존중하고, 고유한 문화가 다음 세대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는 패치워크. 예술적 상상력과 창조적인 실험은 사람들의 일상을 얼마나 다채롭게 물들이게 될까요. 문화 예술로 세상을 바꾸는 이들에게서 균형있는 지역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엿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