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첫 책으로 보는
시작의 다양한 모양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의
첫 책과 그 에피소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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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면 어떤 감정이 떠오르시나요? 이 단어만큼 설렘과 불안함을 고루 지닌 단어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불안함이 설렘을 앞설 때가 있죠. 시작이 반이라서 이렇게 처음이 어려운 걸까요? 무엇인가와의 어려운 첫 만남에 고전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살펴볼 만한 작가들의 첫 책과 그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스퀴즈 플레이』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4321』과 『뉴욕 3부작』으로 잘 알려진 폴 오스터의 첫 책이 세상으로 나오게 된 이유는 바로 생활고의 압박이었습니다. 폴 오스터는 자신의 자전적 소설 『빵 굽는 타자기』에서 첫 소설책 『스퀴즈 플레이』의 탄생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폴 오스터는 이미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글쓰기만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그에게 소설을 출판한다는 것은 안정적인 생존의 기회를 얻는 것이었죠.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는 하룻밤 만에 추리 소설의 뼈대를 완성하게 됩니다. ‘미스테리’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았던 폴 오스터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그럴듯하게 모방해 두 달 만에 첫 소설을 완성합니다. 번역가, 시인 또는 에세이스트가 아닌 ‘소설가’로서 폴 오스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죠. 하지만 첫 소설인만큼 결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습니다. 폴 오스터는 첫 소설을 이렇게 회고하죠.

『스퀴즈 플레이』는 탐정 소설로 메이저리그 스타플레이어 조지 채프먼이 의문의 편지를 받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채프먼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전직 변호사이자 사립 탐정인 맥스 클라인에게 찾아가게 됩니다. 기존 폴 오스터의 작품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나 문체가 약간은 투박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날 패기로 가득 찬 대가의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죠. 기존 탐정 질서를 깬 신선한 추리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폴 오스터의 첫 책 『스퀴즈 플레이』를 권합니다.


『스퀴즈 플레이』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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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스티븐 킹

『캐리』
이미지 출처: 민음사

다작으로 잘 알려진 작가, 스티븐 킹은 자신의 첫 책인 캐리를 집필할 무렵 세탁소에서 잡부로 일하던 것을 그만두고 영어 교사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인 태비가 배려해 준 덕분에 셋집 현관이나 트레일러의 세탁실에서 소설을 집필할 수 있었죠.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던 스티븐 킹은 『캐리』를 집필하던 시절 ‘글 쓰는 일의 외로움’과 이를 믿어주는 사람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의 저서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자신이 집필하던 소설의 주인공인 캐리 화이트가 마음에 들지 않아 초고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어버립니다. 『캐리』의 초고를 담배꽁초 사이에서 다시 발견한 아내 태비가 ‘이 소설에 무언가 있다’며 나머지 이야기를 써보라고 응원하자 킹은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캐리’를 집필하며 스티븐 킹은 ‘쓰기 싫어도 쓰다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교훈을 깨달았다고 하죠.

『캐리』의 주인공인 캐리 화이트는 기독교 광신도의 딸로 집안에서 가정폭력을 겪는 고등학생입니다. 성을 혐오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 이런 지식이 전혀 없던 캐리는 고등학생이 되어 초경을 겪고 각성하여 초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각성을 이후로 캐리는 모종의 사건을 겪으며 자신의 힘을 발휘하게 되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몰입감에 스티븐 킹이 베스트 작가인 이유를 알게 되실 겁니다.


『캐리』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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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샬럿 브론테

『교수』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제인 에어’로 잘 알려진 샬럿 브론테의 첫 책은 사실 『교수』 라는 소설입니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젊은 남자를 주인공으로 심리적인 갈등과 모호한 성 정체성을 치밀하게 묘사한 작품이죠. 산업 혁명 시절에 우울증에 시달리는 남성을 묘사한 작품은 그 당시 남성이 주류이던 출판 업계를 매우 불편하게 했습니다. 결국 원고는 출판사들의 거부로 이곳저곳을 떠돌다 사후에 출간됩니다.

책의 주인공인 윌리엄은 부모를 일찍 여의고 외가의 지원으로 학업을 마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중적인 태도에 의절하게 되죠. 영국에서의 인간관계가 지겨워진 윌리엄은 벨기에로 떠나게 됩니다. 뜻밖에 남자 기숙 학교의 영어 교사 자리를 얻은 그는 점점 그곳의 인간관계에도 환멸을 느낍니다. 그러다 프랜시스라는 자신과 비슷한 여성을 만나 끌림을 느끼게 되는데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허영을 쫓는 사회에서 환멸을 느끼는 건 똑같은 감정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들이 자신의 세계와 관계를 이해하고 좌절하는 과정에서 묘한 공감을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교수』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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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작가들도 제각기 다양한 시작의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이 모두 쉽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공통점이죠. 시작을 앞두고 초조함이 든다면 조금은 처절하고 간절했으며 때로는 살짝 우울하기도 했던 작가들의 처음을 보며 용기 내보는 건 어떨까요? 누구나 자신만의 시작이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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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리

모두가 빠짐 없이 오늘치 취향을 누리도록
보고 느낀 바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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