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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미술관 여행
『미드나잇 뮤지엄: 파리』

파리 미술관을 둘러보는
다채롭고 고요한 감상
Edited by

참 많은 화가들이 세상을 그려냈습니다. 하늘 아래 같은 세상이었을 텐데, 그토록 다양한 그림이 있죠. 우리는 왜 그림을 보고 그리며 살아갈까요? 그림이 우리에게 무엇을 건네기 때문일까요? 그림은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을 담고, 언어 없이 생각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고전적인 방법입니다. 삶과 세상, 그리고 그에 대한 시선을 고찰하고 새롭게 표현해내는 렌즈이지요. 우리는 누군가가 삶과 세상을 표현해낸 그림을 통해 수없이 느끼고 깨달으며 새로운 관점을 얻습니다. 필자는 이번 미술관 여행으로 마흔 개의 작품을 보며, 무수한 세상을 보았습니다.


도슨트와 함께하는 미술관 여행

미드나잇 뮤지엄 책
이미지 출처: 빅피시 공식 인스타그램

이 책은 총 아홉 개의 미술관을 일주일 동안 둘러보는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보는 미술관은 모두 파리 중심가에 모여있고, 미술관 사이의 이동 거리가 모두 차로 30분 이내예요. 실제로 책에서 짜여진 여정을 따라 파리에 머물며 미술관을 둘러볼 만한 구성입니다. 그래서 ‘파리의 미술 투어 프로그램’으로 이해해도 충분히 좋지만, 사실 이 책은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미술관을 조용히 거닐며 나직한 설명을 듣는 것 같습니다. 자정을 뜻하는 ‘미드나잇(midnight)’이 포함된 제목과 더불어, 밤을 표현하는 짙은 남색이 책을 꾸미고 있거든요. 이런 시각적 효과와 더불어, 차분하고 섬세한 서술이 고요함을 더합니다. 파리 여행에 이 책을 챙겨간다면, 미술관에 방문하기 전날 밤에 잔잔히 훑어 읽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한 미술관마다 적게는 세 점, 많게는 열 점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작품 한 점마다 네다섯 쪽 정도로 짧은 호흡의 글이 실려 있는데, ‘글로 적힌 도슨트 프로그램’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듯합니다. 설명을 따라 작품의 구석구석을 관찰하면서 그림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화가의 일생과 함께 작품을 그렸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어요. 나아가 당시의 시대 상황이나 정치적 흐름까지 둘러보면서 다각도로 작품을 감상하게 됩니다. 그림의 이야기를 좇아가다 보면 만국박람회, 프랑스 혁명, 보불전쟁 등 프랑스의 굵직한 역사가 등장하는데요. 프랑스의 예술현장과 함께 그 역사까지 함께 목도한 기분이 듭니다.


어떤 미술관에서
어떤 작품을 보아야 할까?

미드나잇 뮤지엄 내부 페이지
이미지 출처: 빅피시 공식 인스타그램
미드나잇 뮤지엄 내부 페이지
이미지 출처: 빅피시 공식 인스타그램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뉩니다. 1장에서는 하루 동안 관람할 만한 큼직하고 유명한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죠.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해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등 파리를 대표할 만한 예술의 공간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미술관들은 매우 크고 소장된 작품도 많아서, 모든 작품을 둘러보는 것보다는 꼭 보아야 할 몇 점을 골라 가는 게 좋다고 하죠. 그래서 이 책에서는 꼭 둘러볼 만한 그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그중에서도 특히 보고 싶은 작품이 생기더라고요. 필자는 언젠가 오르세 미술관에서 쿠르베의 “화가의 아틀리에”를, 루브르 박물관에서 클로드 로랭의 “해질녘의 항구”를 챙겨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조용하고 한적한’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다는 겁니다. 2장 ‘파리 작은 미술관에서의 하루’에서는 반나절을 살짝 내어줄 만한 미술관을 알려줍니다. 소장품의 개수와 전시 공간의 규모는 곧 미술관의 유명세와 직결된다지만, 그 공식에서 벗어난 공간도 특별한 가치가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일상을 벗어난 여행의 순간이라면, 차분히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곳도 필요하죠. 이런 미술관은 개인의 별장을 꾸며놓거나 화가가 실제로 머물던 공간을 재현한 덕분에, 소박하고 단란한 분위기 속에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는 무료로 개방하거나, 시민과 가장 친숙한 장소에서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곳도 있죠. 여행의 성향과 장소의 취향에 따라 골라가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그림 감상하는 사람
이미지 출처: unsplash

필자는 평소 작품을 관람할 때, 처음 받는 직관적인 느낌에 주목하곤 합니다. 가장 처음으로 시선이 닿는 곳에 머무르고, 작품이 전하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죠. 그래서 상세한 설명을 따라 그림의 이쪽저쪽을 살펴보는 경험이 새로웠습니다. 배경을 비롯해 그림의 아주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바라보는 일은 처음이었어요. 구석진 부분까지 짚어준 덕분에 휴대폰으로 불빛까지 비춰가며 그림을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자세한 설명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여럿이에요.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북두칠성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그림에는 나뭇잎 사이사이로 빛이 일렁이는 모습이 표현되었다고 하고요. 화가는 물감의 결과 붓의 터치, 빛의 표현과 인물의 배치 하나하나에 치밀한 의도를 채웠습니다. 화가의 정성을 알아차릴 수 있는 순간이었죠.

또 작품을 그린 배경까지 상세히 전해준 덕분에 감상이 한층 깊어졌습니다. 그림의 안과 밖을 모두 둘러볼 수 있었죠. 칸딘스키가 추상화를 그리게 된 건 우연한 발견 때문이었고, 밀레의 “이삭줍기”가 당시 사회 상황을 예리하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건 까맣게 몰랐습니다. 또 귀스타브 쿠르베나 귀스타브 모로의 작품은 그림에 화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뚜렷이 담겨있었고, 덕분에 처음 그림을 마주했을 때와 설명을 듣고 난 다음의 느낌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죠. 그림 한 점이 이토록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습니다.


익숙한 이름들이 많았습니다. 르누아르, 드가, 고갱, 세잔, 몬드리안, 로댕… 중학교, 고등학교 등 일련의 교육과정을 밟으며 여러 번 만났던 이름들이죠. 하지만 기억 속에 막연히 자리할 뿐, 대표작이나 작품의 성향이 뚜렷이 떠오르진 않았습니다. 마흔 개의 작품을 통해 서른 다섯 명의 화가를 다시 만나는 경험은 낯설고도 반가웠어요. 평소 좋아하던 화가는 마주쳐서 반갑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화가는 새로운 이야기에 눈을 맞출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이름만 들어보았던 화가는 작품에 담긴 심오한 뜻에 감탄했고, 새롭게 알게 된 화가는 꼭 기억하기 위해 이름을 열심히 되뇌었죠. 이 만남을 통해 조금 더 풍성한 세상을 알게 되었음이 뿌듯하고 설렜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만약 19세기 이후 우리나라의 화가와 작품을 담은 책이 있다면, 몇 명의 화가를 알고 있었을까요. 필자는 박서보 화백이 루이비통과 협업하고 나서야 겨우 그 명성을 알아차렸거든요. 덕분에 파리의 미술관을 여행하는 책을 읽었지만, 서울의 미술관을 여행하겠다는 다짐을 함께 세웠습니다. 이 책이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의 고요한 기쁨을 알려주었기 때문일 겁니다.

해당 아티클을 출판사 빅피시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미드나잇 뮤지엄: 파리』 구매 페이지
INSTAGRAM : @bigfish_book


김희량

김희량

패션을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세상이 보였습니다.
사람과 세상을 포용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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