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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이웃들
고립·은둔 청년

방 안에 갇힌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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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이 돋아나는 봄철이란 뜻을 가진 청춘은 청년을 대변하는 단어입니다. 미디어 속 청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적이고, 유행에 민감하고, 자신의 의견도 당당히 말하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그렇다면 미디어 속 청년과 다른 청년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동거하는 가족, 업무상 접촉 외 타인과의 교류가 전무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이들을 ‘고립·은둔 청년’이라 부릅니다. 오늘은 고립·은둔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3편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방 안에 갇힌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이웃들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사람
이미지 출처: Unsplah

최근 뉴스에서는 ‘쉬는 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빈번하게 올라옵니다. 일할 능력이 있지만 구직을 포기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일을 하지 않아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쉬는 청년’으로 분류되는데요. 최근 3년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5세~29세 취업자 수는 약 400만 명이며, 같은 나이대의 ‘쉬는 청년’은 38만 9,000명으로, 약 10%에 달합니다.

‘메트로경제신문’은 통계청의 마이크로데이터 통합 서비스(MDIS) 자료를 분석해, 작년에 ‘쉬는 청년’으로 집계된 38만 9,000명 중 29만 2,000명이 직장 경험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쉬는 청년’에 대한 기사에는 “눈이 높아서 저런다”, “배가 불렀다”, “요즘 젊은 애들은 의지가 없다”며 개인의 ‘의지’를 비난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2022년 진행된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만 19세~만 34세)의 39.9%가 최근 1년간 심각한 ‘번아웃’을 겪었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청년 우울증 환자는 2017년 23.4%에서 2021년 34.1%로 가장 많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통계에서 사회구조적 문제를 방증하고 있지만, 많은 청년이 편견에 시달리며 결국 ‘집 안’으로 숨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전체 청년의 약 5%가 ’고립·은둔 청년’이라지만, 제대로 된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아 약 24만 명에서 50만 명일 것이라는 잠정 추산만 이뤄지고 있죠. 사회의 무관심과 편견 속에서 사라진 50만 청년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청년 고독사의 민낯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

2021년 방송된 <시사직격>의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 : 2021 청년 고독사 보고서’에서는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사라진 청년들의 삶을 ‘죽음’을 통해 되짚어 봅니다.

<시사직격>은 특수청소업체와 동행해 고독사 현장을 직접 취재했습니다. 집안 곳곳에서 공과금 미납을 알리는 쪽지가 붙어있는 5평 남짓한 작은 원룸에는 고인 A씨가 노조에서 받은 표창장, 건설 관련 자격증 등이 남아 있습니다. 지인들은 경기가 악화되며 A씨의 일이 끊어졌다고 말합니다.

KBS <시사직격> 캡처
이미지 출처: KBS <시사직격> 캡처

또 다른 고독사 현장에서 발견된 고인 B씨. 산재 피해자인 B씨의 유족은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빚 3,000만 원이 있다고 하더라. 그걸로 37살이 죽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냐”라고 토로했습니다. B씨의 유서에는 “갈 곳도 없고 삶의 질이 안 좋아진다”는 막막함이 감겨 있습니다.

<시사직격>이 직접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국 고독사는 4,196건. 하루 평균 11건의 고독사가 발생하는데 서울, 경기 지역의 고독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중 서울시 30대 이하의 고독사 건수는 73건으로, 총 790건의 고독사 중 무려 10%에 달합니다.

KBS <시사직격> 캡처
이미지 출처: KBS <시사직격> 캡처

A씨는 2월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기와 가스 공급은 11월에 끊어졌습니다. 현장에 남겨진 즉석식품과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A씨는 사망한 지 60일 만에 집주인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집에서 발견된 영수증에는 배달원에게 ‘안전하게 와달라’고 당부한 A씨의 다정함이 남아있습니다.

닫힌 방문 뒤의 이야기
‘은둔형 외톨이는 무엇으로 사는가’

KBS <시사기획 창> 캡처
이미지 출처: KBS <시사기획 창> 캡처

2022년 3월 KBS <시사기획 창>에서 방영된 ‘은둔형 외톨이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노숙인을 위한 도시락 나눔 봉사에 참여하는 이승택 씨의 시선에서 시작됩니다.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이웃을 돕는 이승택 씨도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입니다. ‘은둔형 외톨이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제작한 나신하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힙니다.

또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어요. 질환이라든가 정신병 등 잘못된 인식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고, 누군가 조기에 손만 잡아주고 사회적 관심과 케어가 지원되면 얼마든지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해서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_나신하 기자, 미디어스

실제로 고립을 경험했던 청년들은 또 다른 청년 고립을 막기 위해 고립 청년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웃고 떠드는 모습은 ‘고립·은둔 청년’이 여느 평범한 청년과 같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KBS <시사기획 창> 캡처
이미지 출처: KBS <시사기획 창> 캡처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김옥란 센터장은 “경쟁 사회에서 학업이나 취업이 끊어진 청년은 갈 곳이 없다. 설 자리가 없는 것 자체가 고립이니까.”라고 말합니다. 2020년 광주광역시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청년이 은둔을 시작하게 된 계기의 1위가 ‘취업실패’로 꼽힙니다. ‘고립·은둔 청년’을 돕는 이들은 “미로에 빠진 것처럼 궁지에 몰린 것이다”라고 설명합니다.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방 밖으로 나온 우리
‘나는 은둔청년입니다’

KBS 대전은 유튜브 전용 숏다큐 <다큐5분 달그릇>의 <나는 은둔청년입니다> 1, 2부를 통해 ‘고립·은둔 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냅니다.

<나는 은둔청년입니다>
이미지 출처: KBS대전 <다큐5분 달그릇> 캡처

10년이 넘는 ‘은둔’을 경험했다는 하나 씨는 은둔에도 단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취미활동을 위해 밖에 나가는 은둔, 가끔 사람을 만나는 은둔, 편의점을 다녀오는 은둔, 그리고 집 밖에 나오지 않는 은둔. 하나 씨는 마지막 은둔이었던 5~6년 동안은 햇빛을 전혀 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하나 씨는 “저는 졸업한 학교도, 알바도, 진학할 대학도 없었다”며 “사람들이 친해지면서 서로에 대한 정보를 알아가는 과정이 저한텐 너무 힘들고 비참하고 절망적이었다”고 말합니다.

1년의 은둔을 경험한 수관 씨도 “학교부터 급을 나누지 않냐. 저 같은 경우는 흔히 말하는 지잡대를 나왔다. 그러니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라고 단정 짓게 되더라.”고 설명합니다. 승자와 패자, 실패와 성공이 갈리는 사회 속에서 청년이 느끼는 ‘자괴감’이 은둔의 계기로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은둔청년입니다>
이미지 출처: KBS대전 <다큐5분 달그릇> 캡처

현재 하나 씨는 자신과 같은 은둔을 경험한 청년들의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편견 대신 관심과 진심 어린 위로가 끌어낸 놀라운 변화입니다.


사회적 기업에서 하나 씨 같은 ‘고립·은둔 청년’을 돕는 유승규 씨도 5년의 은둔 경험이 있습니다. 원치 않는 학업을 계기로 은둔을 하게 된 유승규 씨는 “어디에나 은둔 청년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유승규 씨의 이야기를 소개한 BBC는 한국의 청년들이 사회의 압박과 높은 기대치 때문에 은둔을 선택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성공과 실패, 무엇이든 가름하기 좋아하는 사회에서 ‘절망’에 빠진 청년들의 이야기가 꼭 개인의 문제일까요?

2023년 7월, 처음으로 전국 고립 청년 실태 조사가 이루어집니다. 위 실태 조사를 시작으로 사회가 ‘고립·은둔 청년’에 관심을 가지기를, 더 많은 이들이 용기를 가지고 방 밖으로 나오기를 바라봅니다.

  • MBC 뉴스,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 54만명 절반가량 “삶에 불만족”(2023.05.14)
  • 메트로신문, 직장 그만두고 쉬는 청년 5년 새 7만명 늘었다, “한국 사회 문제 드러난 것”(2023.06.12)
  • 의협신문, 청년층 우울증 증가세…”공감과 응원 필요합니다”(2023.08.16)
  • 충청투데이, [사회가 방치한 은둔형 외톨이] 사회적 고립된 ‘은둔형 외톨이’ 몇 명인지조차 모른다(2023.06.12)
  • 미디어스, ‘은둔형 외톨이’ 취재 후기 “방치는 명백한 사회의 잘못”(2022.04.07)
  • 조선일보, “사회의 높은 기대치에 스스로 고립”…BBC가 본 한국 ‘은둔 청년’(2023.05.29)
  • 부산일보, 고립 청년 17일부터 첫 전국 실태 조사(2023.07.16)

최윤영

최윤영

예술, 사람, 그리고 세상.
좋아하는 것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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