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ANTIEGG 율리입니다.
거리에 아직 낙엽이 떨어져있지만 영하의 기온을 견뎌야 하는 이상하고 쌀쌀한 초겨울이네요.
여러분은 혹시 12월마다 지키는 리추얼이 있나요? 저는 비장하게 새해 결심을 세우는 것보다 한 해를 찬찬히 회고하는 일을 좋아하는데요. 그건 아마도 덮어두고 넘어갔던 여러 기억과 마음을 꺼내어 볼 수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어떤 기억은 삶의 한가운데 있을 때 알아차리지 못했던 찰나의 행복을 뒤늦게 맛보게 해주지만, 어떤 기억은 자책과 후회를 함께 몰고 오기도 합니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당황스러운 순간이죠.
그런데도 언제나 한 해의 끝에서 시간을 부단히 곱씹는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멈추어 서서 삶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볕이 들지 않는, 바람이 통하지 않는 내면의 공간에는 곰팡이가 생긴다는 것도요.
ANTIEGG의 열 네번째 플레이리스트는 사계절을 건너며 혼탁해진 마음 안팎의 대청소를 함께할 음악으로 준비했습니다. 간직해야 할 것은 뭍으로 꺼내어 건지고, 버려야 할 것은 적당히 가벼운 리듬과 함께 흘러가도록 놓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