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하나의 결과물로 창조해 내는 창작자. 이들이 꾸준히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영감을 얻는가’입니다. 결과물을 감상하는 향유자는 창작에 대단한 계기가 있을 거라 추측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대부분 비슷하죠. 일상에서 우연히, 매일 반복하는 소소한 루틴에 의해, 때로는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힌트를 얻는다고요. 만약 아이디어가 창작자에게 가닿는 과정을 시각화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그림책 작가 이자벨 심레르의 신작 『아이디어: 창작을 만드는 작은 동물들』을 통해 살펴봅니다.
다채로운 선으로 만든 경이
이자벨 심레르
이자벨 심레르는 아동 문학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일궈내고 있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섬세한 시선과 고유의 스타일로 전 연령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죠. 작품의 특징을 하나 꼽아 보라면, 환상적인 삽화와 서사의 조화입니다. 그의 독창적인 작화는 어쩌면 그의 입체적인 배경에서 기원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림책 분야에 몰두하기 전, 한때 애니메이션 감독과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그림책은 정교한 일러스트로 이뤄진 작품집 같기도, 시처럼 선연한 잔상이 남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을 뛰어넘어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지요. 그의 그림은 환상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만, 소재 자체는 지극히 일상적입니다. 자연, 동물과 같이 우리의 주변을 이루는 요소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자벨 심레르는 예술계에서 단연 주목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의 예술적인 업적은 수년에 걸쳐 다양한 상을 통해 인정받아 왔습니다. 2017년 발행된 『깃털』은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그림책’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2022년 발행된 『아이디어: 창작을 만드는 작은 동물들』은 프랑스 일러스트레이션 그랑프리 어린이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대상을 받았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경이로운 그림과 서사로 구현해 소통하는 능력. 그 자체로 대단한 예술적 기여였고, 그를 아동 문학 세계에서 사랑받는 창작자로 거듭나게 했습니다. 곁에 있는 세계를 발굴해,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하는 작가. 그의 상상력이 만든 세계는 또 다른 영감으로 안내합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된 아이디어
『아이디어: 창작을 만드는 작은 동물들』은 이자벨 심레르가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라 언급하기도 한 그림책입니다. 그는 평소에 아이디어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더 이상 아이디어가 없는 순간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받아왔다고 하는데요. 그 질문에 힌트를 얻어, 아이디어가 자신에게 찾아오는 과정을 그림책으로 엮었다고 합니다. 그의 증언처럼, 『아이디어: 창작을 만드는 작은 동물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의 발상법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생각의 잔상을 섬세한 선과 흐름으로 구현하고 있죠. 아이디어는 인식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일까요. 작가가 어린 시절 마주했던 정원과 자연의 면면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가 그려낸 세상 속 동물들은 자유로이 유영하고, 선명하게 존재감을 발산하며, 제각각 다채로운 모습을 지녔습니다. 그는 자연과 동물에 대해 전문적으로 학습한 적은 없지만, 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을 즐겨 했다고 하지요. 동물의 행동, 독창성, 자연의 다양성에 매료된 뒤, 자신이 목도한 존재들을 새겨 넣었습니다. 꿈결같이 환상적인 모습으로요. 이번 작품에서 등장하는 동물들 역시 하나의 유려한 움직임처럼 읽힙니다. 페이지를 넘나드는 동물들, 색의 반전, 드로잉 같은 묘사부터 세밀히 구현된 모습까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이디어의 특성을 여러 변주로 완성해 냅니다.
영감을 정의하는 적확한 언어
이 작품의 특징은 작화뿐만 아니라 서사적으로도 완성도가 높다는 사실입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찾는 이들이라면 페이지 속에 오래 머물 테죠. 아이디어의 시작은 늘 그렇듯, 어렴풋한 실루엣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잡으려고 손을 뻗는 순간, 달아나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생각이 그렇듯, 어디론가 움직이는 동물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아이디어는 일상을 살아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튀어 오릅니다. 마치 개구리처럼, 때론 노루, 부엉이처럼요. 때때로 사라지는 아이디어를 기어코 찾아내는 창작자의 여정. 그런 맥락에서 작품은 아이디어에 가닿기 위해 치열히 고민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작품은 아이디어를 관찰하고, 탐구한 끝에 찾아낸 결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생각의 궤적을 담아내는 만큼, 장면마다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주요했을 것입니다. 『아이디어: 창작을 만드는 작은 동물들』이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체적인 서사를 고려해 일러스트와 페이지를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성공했죠. 한 장에 담긴 일러스트들은 뒤쫓아 등장하는 장면을 염두에 두고 배치된 듯합니다. 흐릿했던 아이디어가 점점 선명해지는 과정을 묘사하는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마치 머릿속에 부유하는 생각을 시각화한 느낌이랄까요. 내 안에 있던 무언가를 창조해 본 사람이라면, ‘영감’을 말하는 적확한 언어가 생긴 기분일 거예요.
애써 찾지 않고도 찾아내는 사람은, 오랫동안 찾지 못하더라도 찾아다닌 사람이다.
_가스통 바슐라르
우리는 때때로 영감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보고 들으며 아이디어의 부스러기를 찾아다니지요. 하지만 아이디어는 한순간에 발견되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이야기처럼, 오랫동안 찾지 못하더라도 일상 한편에 끊임없이 생각해 온 사람이라면 언젠가 마주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영감의 기원을 찾아다녔다면, 이자벨 심레르의 이야기를 눈여겨보세요. 혹시 모르죠. 마지막 장을 넘기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디어를 찾을지도요.
해당 아티클은 출판사 반달(킨더랜드)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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