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님께 단상이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ANTIEGG 예진입니다.

창을 통과한 빛이 넉넉히 내려앉고, 희끄무레한 먼지를 품은 식물이 해사하게 잎을 펼칩니다. 도시를 감싸는 하얀 포옹에 안락함을 느끼는 시기. 겨울은 빛이 만드는 평온이 부각되는 계절입니다. 우리는 추운 날씨를 타박하다가도, 흩날리는 눈과 다정한 볕에 금세 마음을 빼앗기지요. 이맘때쯤이면 언제 어디서든 빛이 새어 들어오는 방향을 따라 팔을 뻗습니다. 살갗을 덥히는 볕의 존재감은 포근하기만 합니다. 미약한 온기라고 해도 다시 찾아온 겨울을 살아내게 하겠죠. 번번이 밤을 무너뜨리고 다시 솟아나는 아침처럼, 빛은 따뜻한 곁을 내어줍니다. 당신은 빛의 존재를 감각해 본 적 있는지요. 있다면 어떤 질감으로 각인되어 있나요. 온도나 잔상, 무엇이든 좋습니다. 아마 우리는 공통으로 편안함을 느꼈을 거예요.

삶의 기본값이라, 그 의미를 정의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한 존재일수록 잊히기 쉬우니까요. 나무가 볕을 받으려 가지를 뻗어내듯, 우리는 빛과 조우합니다. 낙하하는 빛에 몸을 내맡기거나, 빛이 만드는 패턴을 눈에 그러담기 바쁘죠. 자연의 안료를 통과한 빛은 특별합니다. 당신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풍경을 나열해 볼까요. 우거진 숲속 나뭇잎 그림자가 드리운 흙길, 바람을 따라 일렁이는 바다의 표면, 수면 아래로 번지는 윤슬의 자취. 고개를 떨구면 발밑에 빛이 만드는 고유한 무늬가 펼쳐집니다. 모두의 눈길이 닿는 곳부터 도외시되는 궂고 음습한 곳까지. 빛은 해석도, 평가도 하지 않고 세상의 껍데기에 내려앉습니다. 발 디딘 현재를 꼼꼼히 살펴야 발견할 수 있는 경이입니다. 빛에 의해 변화하는 풍경을 알아챌 수만 있다면, 우리의 현재는 언제 어디서든 다른 해석을 덧입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경이는 우러러봐야만 하는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노이즈로 포화된 도시에는 주의를 빼앗는 요소가 너무도 많습니다. 끊임없이 알림을 발산하는 디지털 기기, 그와 연동된 스마트 워치, 탐색의 기회를 앗아가는 소셜 미디어. 기술은 또 다른 족쇄가 되어 현재를 바라보지 말라고 소리치는 듯합니다. 우리가 빛을 따라 현재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간이 어디서 왔는지 가늠해 보면 결국 자연입니다. 낮 동안 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쉽게 우울해지고, 무성한 자연 속에서 평온을 감각하며, 고요를 향해 치닫는 삶. 당신이 시각으로 빛을 감지할 수 있다면, 고개를 들어 눈앞의 현재를 바라보세요. 어떤 형태의 빛이 당신의 곁을 채우고 있는지요. 일렁이는 빛의 자취를 고집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뭉근히 번지는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다시금 삶을 감각하게 되겠죠. 지나온 어제나 존재할지 모를 미래가 아닌 오직 현재에 머무는 간명한 방법입니다.

ANTIEGG에서
예진 드림.
Feel the Vibration!

진정한 문화예술 경험에서 오는 전율,
규격화된 세상에 타격을 가하며 느껴지는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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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진

비틀리고 왜곡된 것들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글로써 온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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